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부산과 전북의 민심을 둘러싸고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전 시 은행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장(수은) 출신으로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은성수 후보자가 향후 사안의 향방을 결정할 ‘키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들은 노조 등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지방 이전 추진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산은) 노조는 지난 3월 자신들의 반대 논리를 뒷받침할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실제 산은 노조의 의뢰로 최근 ‘국책은행 지방 이전의 타당성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 금융경제연구소 소속 송원섭ㆍ강다연 연구위원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는 ‘4대강’이나 ‘자원외교’ 못지 않게 비판 받아야 한다”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치적 결정을 하면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이미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들의 업무 비효율을 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방 이전 공공기관 89곳의 이전 전후(2013~2015년)를 비교했을 때 출장 횟수가 28% 가량 늘었고, 출장비도 36% 증가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150곳을 분석했더니 가족동반 이주 비율이 절반에 못 미쳐 지방 인구 유입 효과도 제한적이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과 유사한 제도가 있는 독일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이 국책은행을 수도 등 제1금융중심지에 두고 있다는 점도 반대의 핵심 근거 중 하나였다.

국책은행 소재지-박구원 기자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이슈는 올해 2~3월 여당을 중심으로 산은, 수은을 각각 부산, 전북으로 이전하자는 근거 법안이 발의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은 전북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 가능성에 따른 위기감에, 전북은 금융중심지 지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구 의원들이 국책은행 유치에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급기야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보류하는 한편 “기존 금융중심지의 내실화나 추가 지정이 지역끼리 기관을 뺏고 빼앗는 제로섬이 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금융위는 금융중심지 지정과 국책은행 이전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책은행의 이전 문제를 놓고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국회에서 여러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역의 요구만 따르기는 어렵다”며 “산은ㆍ수은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는 데 뭐가 유리한지 중시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명 직전까지 수출입은행장으로 근무한 은 후보자의 의중은 향후 논의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1월 은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외교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수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정부, 해외바이어를 접촉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게 유리하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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