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중인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최근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광주시가 사업대상지인 서구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를 금호산업㈜에서 ㈜호반건설로 바꾼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호반건설 이의제기 수용과 광주시감사위원회 특정감사 착수가 정 부시장이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광주방송(KBC) 고위 간부를 만난 이후 사흘 새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1일 시 등에 따르면 정 부시장은 지난해 11월 12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광주방송 고위 간부 A씨를 만났다. 앞서 11월 8일 시가 이 사업 제안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안서 평가에서 호반건설이 탈락한 지 나흘 뒤였다. 당시 시청 주변에선 A씨가 정 부시장을 찾아가 사전 유출된 평가 결과 보고서 문건을 들이대며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정 부시장은 “당시 광주음식 브랜드화자문단 자문위원이었던 A씨가 회의 후 집무실로 찾아와 만나기는 했지만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정 부시장과 A씨가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A씨가 정 부시장을 만난 다음날인 13일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이 제안서를 허위 작성해 제출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시에 이의제기를 접수했고, 이틀 뒤인 15일 정 부시장은 광주시감사위원회에 특정감사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제안서 심사 결과에 대해 사업신청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당초 제안서 공고 규정도 무시했다. 당시 시가 특정감사 착수를 언론에 밝힌 게 15일 오전인 걸 감안하면 호반건설 이의제기 접수에서 정 부시장의 감사 지시까지는 사실상 하루 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금호산업이 이미 제안서 허위 작성 논란이 제기된 평가 항목(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징계 현황)에 대해 ‘0점’을 받았는데도 시가 무리수를 둬가며 호반건설 이의제기를 수용하고 그 내용도 철저히 함구해온 것을 두고도 정 부시장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가 “일부에서 심사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왔다”고 밝힌 감사 착수 이유에 대해, 정 부시장이 “(호반건설의) 이의제기와 상관없이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고 뒤늦게 입장을 바꾼 탓이다. 정 부시장은 감사 지시 과정을 두고도 당초 “감사위원회가 감사 필요성을 보고해 감사를 지시했다”고 했다가 이날 언론에는 “감사위원장을 집무실로 불러서 논의한 끝에 특정감사를 결정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 부시장은 그간 호반건설 이의제기 내용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11조(정보공개 여부 결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왔지만, 정작 관련 부서에선 같은 법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를 근거로 호반건설 이의제기 문서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호반건설 이의제기 문서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정보 대상이 아니다는 지적이 많아 시가 억지로 관련 규정을 꿰다 맞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낳고 있다. 이를 놓고 시가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파문과 관련해 ‘호반건설 밀어주기’라는 세간의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가 자체 감사를 명분으로 호반건설로 뒤집힌 이후 지역에선 언론을 가진 건설자본의 힘에 광주시가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이 많다”며 “검찰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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