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의도에선] 황교안 대표 일방적 선언에 뿔난 한국당 보좌진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갑작스런 장외 투쟁 선언에 한국당 의원들의 보좌진이 발끈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 경고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오는 24일 광화문에서 구국 집회를 열겠다. 앞으로 장외투쟁ㆍ원내투쟁ㆍ정책투쟁 등 3대 투쟁을 힘차게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비장했지만, 또 다시 ‘동원’될 처지에 놓인 의원 보좌관과 비서관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와 정기국회 대비 등으로도 바쁜데, 아무도 반기지 않는 장외 투쟁을 위해 주말까지 헌납해야 하느냐’는 게 불만의 요지다. 의원 보좌진은 올 초 여야의 패스트트랙 충돌과 이어진 장외 투쟁 때도 ‘한국당 지원 인력’으로 투입됐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에 ‘올인’하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한국당 의원실들은 폭발 직전이다. 최근 광복절을 비롯한 휴일을 반납하고 밤샘 검증을 하는 의원실이 많은 터다. A 의원실 보좌관은 21일 통화에서 “뭐라도 하나 터뜨려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가뜩이나 괴롭다”며 “24일이면 이달 말 아니면 다음달 초에 열릴 청문회를 앞두고 막바지 검증을 해야 할 때인데, 광화문 땡볕 집회에 나가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보좌관 B씨는 “황 대표가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조 후보자 때문에 나라가 들썩이는 시점에 일방적 장외 투쟁 선언이 웬 말인가”라고 푸념했다. 실제 한국당 지도부에서도 ‘청와대가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이후 장외로 나갈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이 있었다고 한다.
정당 사무처 직원과 달리, 국회의원 보좌진은 보좌하는 의원이 소속된 정당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 의원 보좌진은 국회 소속으로, 임면을 정당이 아닌 의원이 결정한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로부터 애당심을 강요 받거나, 당 사무처에게 ‘손발’ 취급을 당하는 것이 이들의 해묵은 불만이다. 그런 불만을 입에 올리는 것이 더 이상 금기도 아니다. 장외 투쟁을 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잡음이 흘러 나오는 것은 황 대표의 리더십이 그 만큼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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