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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시신 사건’ 장대호, 그는 왜 무신 정중부를 언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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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시신 사건’ 장대호, 그는 왜 무신 정중부를 언급했나

입력
2019.08.21 15:56
수정
2019.08.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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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공개 장대호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강 몸통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8)가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 후 21일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관심을 모은 건 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만은 아니었다. 장대호가 취재진 앞에서 남긴 정중부 관련 발언에도 관심이 쏠렸다.

장대호는 이날 오후 조사를 위해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고양경찰서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고려시대 무신 정중부를 언급했다. 장대호는 “고려시대 때 김부식 아들이 정중부 수염을 태운 사건이 있었다”며 “정중부가 원한을 잊지 않고 있다가 무신정변 일으킨 그 다음날 잡아 죽였다. 남들이 봤을 때는 장난으로 수염을 태운 것이지만 당사자한테는”이라고 말했다. 장대호는 그 다음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장대호가 언급한 일화는 무신 정중부가 문신 김부식ㆍ김돈중 부자에게 심한 모욕을 당했다 나중에 이를 되갚은 사건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 궁중연회 도중 정중부를 만만히 보고 그의 수염을 태워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화가 난 정중부가 김돈중을 때리며 분을 풀었지만 당시 최고 권력자인 김부식은 자신의 아들을 때렸다는 이유로 정중부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먼저 욕보인 상대에게 앙갚음을 했지만 되레 처벌 받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정중부는 이 일을 계기로 김부식 부자에게 깊은 원한을 품었다. 이후 1170년 고려의 18대 왕 의종이 보현원으로 잔치를 벌이러 가던 중, 잠시 멈추고 연회를 베푸는 과정에서 문신 한뢰가 무신 이소응의 뺨을 때린 사건이 벌어졌다. 이 일을 계기로 정중부는 무신의 난을 주도, 문신을 죽이고 의종을 거제도로 귀양 보낸다. 이후 고려는 100여년간 무신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

장대호가 정중부 일화를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그가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기보다는 ‘정당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장대호는 실제로 이날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다.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라며 반성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했다. 또 “유족들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성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치장에서 많이 생각해봤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대호 심리에서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본인이 소위 ‘진상을 척결을 해야 되는 입장이다’라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이나 질서 등 공적 제도가 있지만 그것에 호소를 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이른바 ‘진상’을 척결해야 한다는 초법적 사고에 기반한 심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장대호는 지난 8일 자신이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모텔의 한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새벽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장대호는 “피해자가 반말하는 등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상태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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