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21년만에 붙잡힌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기소 11년만에 일부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씨의 변호인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정씨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제기된 횡령액 중 60여억원은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 자금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 혐의로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해외로 도주했다. 정씨는 동아시아가스가 인수한 러시아 회사 지분 27.5% 중 20%를 5,790만달러에 매각하고서도 2,520만 달러로 매각대금을 축소해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변호인은 러시아 회사 지분 매각금 중 60억원 가량은 공범들이 정씨 몰래 빼돌린 것이라며 정씨에게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씨는 매각을 반대했음에도 대표이사가 정태수 전 회장의 재가를 받아 진행했고, 정씨는 이에 대해 사후 결재만 했을 뿐, 정확한 매각 대금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해당 금액이 외국으로 빼돌려진 것이 아니고, 국내로 돌아와 국세청의 체납 처분 등으로 환수됐다고 변호인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선 검찰 또한 지난달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범이 정씨 모르게 돈을 빼돌린 부분이 있어 횡령 금액 중 이에 해당하는 만큼은 감액하는 등 공소장을 일부 변경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씨를 해외 도피 혐의로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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