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 “선처 바라는 다른 범죄자 자수와 달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한강 몸통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9)에 대해 “반사회성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거 행적을 기반으로 한 장대호의심리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장대호가 과거 인터넷 공간에 남긴 글을 두고 “굉장히 반사회적인 태도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며 “내용적으로도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장대호는 과거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 활동을 하며 ‘진상 손님 대처 노하우’라는 글을 작성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항의하는 손님이 문신을 하고 있다? 이러면 ‘문신한 몸에는 흉기가 안 들어갑니까?’ 이런 식으로 협박하면 된다”고 적었다. 본인 얼굴을 유명 캐릭터나 배우의 사진에 합성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자아에 대한) 과대한 지각을 하는데 현실은 그것을 인정 안 해 주니까 오는 피해 의식 같은 게 과장된 행동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정신분석학적으로는 ‘반동 형성’ 이렇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너무 결핍이 돼 있기 때문에 인터넷, 온라인 세상에서 ‘내가 대단한 사람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장대호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본인이 소위 ‘진상을 척결을 해야 되는 입장이다’라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이나 질서 등 공적 제도가 있지만 그것에 호소를 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이른바 ‘진상’을 척결해야 한다는 초법적 사고에 기반한 심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장대호에 대한 심리 분석 결과 다른 범죄자들과의 차이점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관대한 처분을 기대하며 자수 하지만 장대호는 자신이 억울한 부분을 세상에 호소하고 싶어 자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장대호가 오프라인상에서 전혀 사회적 관계가 없다 보니까 사이버 공간상에서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 고립된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고립된 세상에서는 진상이 나타나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흉기를 들고 척결을 해야 될 정도로 힘이 지배하는 가치 체계, 이런 것들을 스스로 구축한 것”이라고 전했다.
장대호는 지난 8일 오전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서울 구로구 한 모텔에서 투숙객 A(32)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11~12일에 걸쳐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로 18일 구속됐다. 17일 새벽 자수한 장대호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반말하는 등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0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그 결과가 중대하다”며 장대호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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