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역사의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청각 장애 선수로서는 사상 최초로 단식 본선 승리를 거둔 이덕희(21ㆍ서울시청ㆍ212위)가 2회전에선 아쉽게 분패했다.
이덕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오픈(총상금 71만7천955달러) 대회 사흘째 단식 본선 2회전에서 3번 시드의 후베르트 후르카츠(22ㆍ폴란드ㆍ41위)에게 1-2(6-4 0-6 3-6)로 역전패했다. 2시간 2분에 걸친 접전이었지만 서브에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덕희는 이날 강호 후르카츠를 상대로 1세트를 선취하며 전날의 기세를 이어갔다. 이덕희는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27ㆍ스위스ㆍ120위)을 2-0(7-6<7-4> 6-1)으로 제압, 1972년 창설된 ATP 투어 사상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의 단식 본선 승리 기록을 세웠다. ATP 홈페이지는 물론 주요 외신들도 그의 인간승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덕희는 “2회전도 오늘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며 승리를 다짐했었다.
하지만 2세트부터 후르카츠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르카츠는 아직 투어 우승 경력은 없지만 이달 초 ATP 투어 로저스컵 2회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ㆍ그리스ㆍ8위)를 제압한 경험이 있는 강호다. 2세트를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6-0으로 마무리한 후르카츠는 3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4-0으로 훌쩍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덕희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진 후르카츠의 서브게임을 연속해서 브레이크하는 데 성공, 3-5로 추격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이덕희는 마지막 상대의 서브게임에서 15-40으로 더블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해 결국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날 서브 에이스에서 1-13으로 열세를 보인 이덕희는 더블폴트를 14개나 쏟아낸 점이 뼈아팠다.
최근 부진을 겪다 부활의 신호탄을 쏜 이덕희는 9월 초 중국 챌린저 대회에 출전한 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중국 원정 경기에 태극 마크를 달고 나선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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