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재학 중 단국대서 인턴십… 2주 참여 뒤 의학 논문에 이름
윤리 위반 넘어 입시부정 의혹… 교육부 조사에서도 적발 안 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외고 재학 시절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고, 최근 교육부의 ‘논문 미성년 공저자 끼워넣기 실태조사’에서도 적발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 후보자 측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연구 논문을 발표한 단국대 측은 미진한 확인 절차에 대해 사과했다. 연구윤리 위반을 넘어 입시비리의 단서가 될 지 주목된다.

20일 조 후보자 등에 따르면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 재학 중이던 2008년 충남 천안시의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장모 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인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연구자를 제1저자로 올리는 학계 관행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통 제1저자는 직접 논문의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 등을 주도한 연구자로 결정되는데, 2주 정도 참여해서는 이런 역할을 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해당 논문은 최근 교육부의 미성년 논문 공저자 등재 실태조사에서도 미확인으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올해 5월 발표한 조사결과에는 단국대가 보고한 총 12건의 교수 논문 미성년 공저자 등재 사례가 포함됐는데, 이중에 조 후보자의 딸이 작성한 논문은 없다. 단국대 측의 키워드 검색에서 발견되지 않은데다, 책임저자인 장 교수도 관련 사실을 스스로 대학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국대 관계자는 “논문에 소속이 ‘의과학연구소’로 돼 있었고 다른 소속이나 신분은 드러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측은 딸의 논문 작성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 측은 “딸은 멀리까지 매일 오가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여 경험한 실험과정 등을 영어로 완성하는데 기여했다”며 “논문에 대한 모든 것은 지도교수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2008년 서울대에서 ‘진리 탐구와 학문 윤리’라는 강의를 맡고 논문 작성시 엄격한 윤리 준수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고교생이 2주일의 인턴 활동 이후 논문 제1저자에까지 오른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연구윤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논문 작성 역할(제1저자, 교신저자, 기타저자)에 따라 취업, 승진, 교수 임용에서 다른 점수를 받기 때문에 이 순서를 조작하면 연구윤리 규정 위반이 되고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 강의까지 했던 분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다른 서울대 교수도 “자녀들을 논문에 넣으려는 유혹을 느낀 적이 있다”며 “지도교수의 재량권이 워낙 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한다거나, 입시부정 의혹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조 후보자의 딸과 논문 책임저자였던 장 교수의 아들이 고교 동기인 점,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이 고려대 입학에 활용된 점 등이 근거다. 게다가 문제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2008년 딱 한 차례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 후보자 측은 해당 논문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면접 등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장 교수와 조 후보자의 딸은 학회의 논문 심사 및 게재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며 “조 후보자가 제1저자로 올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면 업무방해 혐의 공범이 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단국대는 입장문을 내고 “연구 논문 확인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음을 사과하며, 이번 주 내 연구윤리위원회를 개최해 사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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