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들이 합의문에 서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한미 간 협상이 사실상 시작됐다. 우리 정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의 부담’을 협상의 원칙으로 천명했다. 미국은 올해보다 5배 이상 많은 6조원까지도 요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협상력 제고 차원이겠지만, 우리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리한 요구로 한미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외교부는 20일 미국 측과 내년 예산에 반영할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한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양측의 협상팀이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협상 대표들이 향후 일정과 논의 방식 등을 조율하는 자리였다지만, 내용상으로는 차기 협상의 시작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난해 협상은 3월부터 10개월 넘게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올해 2월에야 타결됐던 만큼 이번 협상은 이미 상당히 늦은 상태다.

최대 관심사는 우리 정부가 부담할 액수다. 아직 미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지만, 국민들은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8억달러(약 5조8,000억원)짜리 청구서를 내민 것으로 여기고 있다.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올해보다 무려 6배 가까운 규모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측의 실제 목표가 3조원 안팎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시작도 전에 “한국이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압박한 상태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부담이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비핵화 협상은 답보 상태이고 남북관계 개선도 더디다. 한일 갈등,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동아시아 배치 고려 등도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정부로서는 내년 총선 민심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상호 존중과 신뢰의 기반 위에서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어느 한쪽이 힘의 우위나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용하려 한다면 동맹의 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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