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에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소급 적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분양가상한제는) 조합원들에게는 부당한 폭탄을 안기고 일반 분양자에게는 로또를 안겨주는, 과정이 공정하지도 못하고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재앙”이라고 지적하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것이 분양가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답했다.
김 장관은 “실분양때까지 (분양가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것이 통상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법률 유권해석을 통해 ‘부진정 소급’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소급 입법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ㆍ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진정 소급’과 완성되지 않고 현재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ㆍ법률관계에 대한 ‘부진정 소급’이 있는데,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대상이 일반 분양 완료 단지가 아니기 때문에 진정 소급 사례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김 장관은 “고분양가로 주변 아파트값 상승을 불러오고 또 아파트 가격 상승이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신규분양을 받는 분의 97% 이상이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말씀하시는 것과는 취지가 다소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대로라면 아파트 가격이 1평(3.3㎡)당 1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말이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머지않아 분양가격이 1억원이 되는 시대가 나올 것 같아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받아 쳤다.
한편 정부가 민간택지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을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늦추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어 기존 거주자 이주와 철거를 진행하는 단지조차 분양가 규제를 받게 돼 조합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인가 당시보다 기대이익은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토부 홈페이지를 비롯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급 적용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관리처분인가 단지는 제외해야 한다”거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국토부는 상한제의 소급 적용 논란에 대해 “관리처분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ㆍ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고,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며 관리처분인가 단지에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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