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확인해 줄 수 없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한 일본 각의 결정(8월 2일)을 앞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일본을 방문해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과 담판을 벌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는 20일 “한국이 외교 채널로는 한일문제 해결의 한계를 느껴 7월말 정 실장을 일본에 극비 파견했다”라며 “정 실장은 야치 국장과 담판에 나섰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타협을 허락하지 않아 마지막 협상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지난 2일 일본 측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각의 결정 이후 브리핑을 통해 “7월 중 정부 고위 인사 파견이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의 언급과 이번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과 접촉한 고위 인사 중 한 명이 정 실장이 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정 실장의 일본 방문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실장이 지난달 방한한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만났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한편, 아에라는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배경으로 ‘외무성 소외’를 꼽았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1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 발표 직전까지 대상품목 3개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무성이 소외되면서 한일갈등에 따른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외무성 출신 한 전직관료는 “한국 정세가 머리 속에 들어 있었다면 더 잘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미국 측의 양해나 승인을 받았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이는 터무니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이 뒤늦게 한일간 중재에 나선 것은 외무성이 미 국무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일본의 카운터파트에 요청하면 사태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조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총리관저는 한국에 대한 주전론(主戰論)으로 기울어 있어 미국의 중재 움직임은 공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미국의 중재와 관련한 외신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는 외무성이 총리관저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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