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관제 도입되며 논문 참여 급증… 부작용 심해지자 작년에 논문실적 기재 금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고교 시절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이력을 대학입시 자료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일반 고교생들은 기회에 접근하기조차 힘든 유명 학회의 논문 실적이 교수 등 일부 전문직 자녀들의 ‘입시 스펙’으로 활용돼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계에선 대학들이 이 같은 실적을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사실상 소수 부유층 자녀들의 입학 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란 말까지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는 고교생이던 2008년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2010년 고려대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2010년 전후 상위권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논문 실적이 대입에서 최고 스펙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교육당국은 1년 전인 지난해(2019학년도 대입) 입시 때부터 “공교육 내에서 이뤄진 활동으로 보기 힘들다”며 논문(학회지) 등재 실적을 자기소개서에 기입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바꿨지만 그 전까지는 사실상 인맥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운 일부 전문직 자녀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던 셈이다.

교육계는 2009년 정규교과 성적 외 다양한 외부 활동들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면서 고교생들의 논문 참여도 늘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국어고(외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 재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2012년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를 졸업한 이모(27)씨는 “해외 유학반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 차원에서 논문 작성을 권장했다”고 말했다. 과학고 재학 시절 국내 학술지에 논문 게재 경험이 있다는 조모(27)씨도 “같은 학년 학생들 4, 5명과 교사 1명, 연구원 1명 등으로 팀을 구성해 논문을 준비했고 자기소개서에 당시 경험을 썼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관련 사교육 시장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2014학년도 입시부터 논문 실적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금지했다.

하지만 논문 실적이 대입 지름길임을 간파한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은 만연했다. 연구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은 고교생 자녀를 자신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올려준 교수들이 정부 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5월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전국 50개 대학의 전현직 교수 87명이 자신의 논문(139건)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다. 이 중 대학이 연구부정으로 판단한 논문 수도 12건이나 됐다. 한 입시업체 대표는 “(논문 등재는)일반 고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들로선 현실적으로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라며 “흔한 기회가 아니다 보니 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서류전형 때 높은 점수를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조씨에 대한 교육부 감사 필요성을 제기한 야당 측 주장에 대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사실 관계가 정확히 밝혀지고 난 뒤 필요한 일에 대해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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