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카트장으로 알았는데, 경주장이라니” 반발
경기 포천에 들어설 국내 5번째 레이싱 서킷(자동차 경주용 코스)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허가 받은 전기차 위주의 경주장, 카트장이 아닌 상용차(상업용 자동차) 중심의 경주장으로 사업 계획이 변경, 추진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차량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준공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사전 운영에 나섰다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경주장은 연예인 드라이버인 류시원의 동생이 공동 대표를 맡아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일 포천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한탄강 주변 홍수터인 관인면 중리 21만㎡에 자동차 및 카트 경주장인 레이스웨이를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이곳엔 19개의 코너로 구성된 총 길이 3.159㎞(도로폭 11m)의 경주용 트랙과 1만6,528㎡ 규모의 드라이빙 교육장과 피트(급유 정비시설), 관제시설 등이 들어선다. 현재 트랙 등 막바지 시설물 정비작업이 한창이다.
사업자는 포천시로 돼 있으며, 향후 시설 인허가 뒤엔 주민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 교동이 맡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설에 대한 일부 주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3년 전 허가 받은 전기차 위주의 경주장이 아닌 자동차 경주장으로 용도가 바뀌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시에 따르면 레이스웨이 측은 시를 통해 환경부 한강유역청과 협의를 거쳐 전기차 외에 상용차도 주행이 가능하도록 사업계획을 변경해 추진 중이다. 한강유역청은 홍수 터에 짓는 시설 특성 상 이 시설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인근에 자동차 경주장이 들어서는 것도 그렇지만, 주행 테스트 과정에서 엄청난 굉음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현규 창수면 운산리 이장은 “자동차들이 달리는데,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소음이 컸다. 일생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공해”라며 “주민 설명회도 없이 전기 카트장을 자동차 경주장으로 바꾼 것은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시설 건립에 대해 반대했다.
행정절차를 무시한 사전운영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레이스웨이 측은 지난해 중순쯤부터 준공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신차 출시와 자동차 주행테스트 등의 행사를 열었다. 절차대로라면 준공 승인 뒤에 운영이 가능하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시는 이런 사실을 확인, 해당 레이스웨이 측에 차량 운행 및 행사 일체를 중지하라고 통보했다. 또 경주장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설치, 아예 준공 전까지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자동차 경주장이 한탄강 주변 관광 명소로 주변의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의 상황이 안타깝다”며 “소음 측정 결과 규제 기준치(60㏈)를 넘지는 않았지만, 주민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시설 준공 승인 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레이스웨이 관계자는 “포천시와 3년 간 협업해 사업을 추진 중으로, 주민 피해가 없도록 대형 행사 개최 시 동의를 얻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소음 정도가 큰 튜닝차, 바이크 운행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안을 내놨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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