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껴요.”
회사원 송예진(25)씨는 최근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미니어처 하우스 DIY(Do It Yourselfㆍ직접 만들기)’다. 어렸을 때부터 조그마한 것들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던 송씨는 “직장인이 되면서 구매부터 창작까지 스스로 할 수 있어 DIY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DIY 미니어처 세트는 예전보다 종류와 재료가 다양해서 만드는 재미가 있다. 집중하는 동안 직장 스트레스도 잊을 수 있어 좋다”고도 했다.
2030세대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곤 한다. DIY는 이들의 소확행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신의 손을 거쳐 소소하지만 확실한 무엇인가가 탄생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셀프 인테리어 영역에서 시작한 DIY는 점차 생활과 밀접해졌다. 인테리어 분야에서 대표적인 DIY는 ‘조립식 가구’ 만들기다. 반제품 가구의 형태로, 부속품을 조립해 완성하는 식이다.
DIY가 창작형 취미 영역까지 진출하면서 보다 취미생활에 초점을 맞춘 DIY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DIY 명화 그리기는 인테리어와 취미생활을 함께 챙길 수 있어 인기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우선 작게 나누어진 칸들마다 번호가 적혀있는 도안에 해당 번호와 일치하는 물감을 찾아 색칠을 한다. 단순해 보여도 칠해야 하는 칸의 개수가 적지 않다. 나름의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여가시간 활용에 제격이다. 완성된 DIY 명화는 함께 들어 있는 고리를 이용해 집안 인테리어로 꾸밀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
바느질은 직접 만든다는 DIY의 의미에 딱 들어맞는다. DIY 인형은 바느질만으로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취미다.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애착인형 형태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젊은 기혼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즐길 수 있어 태교 취미라고도 불린다. 펠트공예 형태의 인형도 존재한다. 일반 바느질과 달리 양모실을 바늘로 콕콕 찔러 만드는 형태다. 완성된 모습이 아기자기해 한 번에 여러 개를 만들어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 마니아 층이 있어 포털 사이트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DIY 인형옷도 바느질로 만들 수 있다. 주로 베이비돌(구체관절 인형)과 같은 인형을 갖고 있는 ‘키덜트족’이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DIY 인형옷 덕분에 부업을 시작한 경우도 있다. 인형에게 다양한 옷을 입혀주기 위해 DIY에 도전했던 신민선(27)씨는 이제 키트를 구입하지 않고도 인형옷을 만든다. 자기만족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인형옷 인기가 많아지면서 판매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신씨는 “주문 제작 형식으로 소량 판매를 시작했다”며 “나중에는 직접 DIY 인형옷 키트를 제작해 판매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DIY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체험공방 DIY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체험공방에서는 주로 하루짜리 수업이나 당일에 완성할 수 있을 수준의 직접 만들기 체험을 제공한다. 체험 분야는 다양하다. 램프 같은 간단한 가구부터 팝아트, 디저트, 가죽제품, 도자기, 비누, 캔들, 향수 등 만들 수 있는 종류도 다양하다.
반지나 팔찌 등 액세서리 만들기는 이색 데이트 코스로 젊은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2030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 ‘공방데이트’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12만 5,000여개가 나올 정도다. 순간의 재미를 위해 체험공방을 찾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DIY를 위해 찾는 경우도 있다. 김수정(24)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향기를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DIY 키트로 처음 조향을 시작했다. 시작은 취미였지만, 그는 전문 DIY 공방을 방문해 나만의 향기를 찾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김씨는 “가까운 곳에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다. 만드는 데 익숙해지면 주변에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만들 수 있는 손재주를 가져야만 DIY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드는 일에 자신 없는 ‘곰손’들을 위한 대리 만족형 DIY 유튜브 채널도 존재한다. ‘박소소soso’ 채널은 주로 DIY 미니어처 하우스 만들기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영상은 DIY 키트 언박싱(unboxingㆍ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으로 시작해 조립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다른 유튜버들과 달리 DIY 유튜버는 입 대신 손으로 말한다. 말보다 자막으로 재료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구독자들의 몰입을 돕는 배경음악 정도가 깔린다. 이렇듯 언어의 장벽이 낮기 때문에 수많은 외국 유튜브 채널도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다.
휴학생 김준석(22)씨도 DIY 유튜브 구독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손재주가 없어 DIY에 도전하지 못했지만 유튜브를 통해 대리만족도 얻고 있다. 김씨는 우연히 유튜브 추천 영상에 뜬 만들기 영상을 보다가 ‘미니어쳐문애영’, ‘달려라치킨 Dalchi’ 등 관련 채널들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자신과는 다른 ‘금손’들의 깔끔한 만들기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그는 “영상을 보며 ‘나는 절대 못 만들겠다’고 다시 한 번 느낀다”며 “그래서 완성품을 봤을 때 느끼는 간접 쾌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DIY 키트는 온ㆍ오프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온라인 구매는 각종 온라인 쇼핑몰을 통하면 된다. 해외제품 구매를 희망하는 경우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해외 직구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오프라인 구매는 다이소, 핫트랙스와 같은 복합생활쇼핑몰에서 가능하다. 가격대는 보통 1만원대로 시작해 폭이 넓다.
김윤정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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