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기대감 크나 10년 전ㆍ월세에 자녀 2명도 60점 안 돼 
 대출 규제도 걸림돌… 결국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 전락 우려 
서울의 한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피고 있다. 뉴스1

청약 가점이 63점인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달 분양한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스카이 L65 예비당첨권에 들었는데, 계약을 진행할지 포기하고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더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강남권 아파트를 노려야 할지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A씨는 “아내는 분양가상한제가 실제 시행될 지, 시행된다 해도 다시 당첨될 가능성이 있을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대박’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 중”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로또 아파트’ 기대감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10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될 경우 시세보다 싼 ‘로또 아파트’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제도 적용 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새 아파트에 당첨되면 최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 그간 청약통장을 아껴뒀던 실수요자들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A씨처럼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청약에 나서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시행 전 청약 막차를 타는 것이 좋을 지, 자신의 점수로 당첨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그간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았던 사람들도 가입에 나서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약 2,506만에 달했다. 국민 두 명중 한 명은 청약통장을 가진 셈이다. 특히 서울에선 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1만9,679명 늘어나면서 전달(6,940명)보다 3배나 더 증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로 청약 당첨에 대한 기대감이 가입자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며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청약통장 가입자수. 그래픽=박구원 기자
 ◇가점 낮은 3040에겐 먼 얘기 

그러나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30~40대가 청약 기회를 잡긴 쉽지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당첨가점은 평균 50점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위례신도시에서 공급된 ‘송파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의 경우 평균 72점이었는데, 4가구를 모집한 전용 105㎡T의 경우 당첨 커트라인이 82점으로 사실상 만점(84점)에 가까웠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도 당첨자 평균 가점이 50점을 넘었다.

앞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 당첨 커트라인은 더 오를 전망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낮아지면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청약통장까지 다 나와 경쟁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순위 가운데서도 청약 가점이 최소 60점은 넘어야 서울에서 당첨을 기대할 수 있고, 강남권은 70점은 돼야 안정권에 들것으로 분석한다.

20세에 청약통장을 만들고 30세 이후 10년간 전ㆍ월세만 살았던 1980년생 실수요자가 배우자와 자녀 2명을 뒀다고 가정해도 가점이 57점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 이후 웬만한 30, 40대는 이 선을 넘기 어렵다. 직장인 권모(35)씨는 “가점은 어중간하고 그마저도 맞벌이라 신혼부부 특별공급 혜택에서 배제된 3040세대는 서울 분양은 쳐다 보지 말라는 얘기”라며 “가점 높은 사람만 당첨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반기 지역별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 그래픽=박구원 기자
 ◇현금부자 잔치 될까 

가점이 높더라도 ‘묻지마 청약’에 나서기보단 먼저 향후 자산관리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확대와 함께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까지로 늘린데다, 여전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까다로운 대출 규제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격은 상한제를 적용 받아도 9억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나오지 않아 원칙적으로 중도금 대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울에 분양하는 단지 대부분은 1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현금부자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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