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 중소기업들의 기술 국산화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10인 미만 영세 제조기업의 노동생산성(근로자 1인당 매출액)이 대기업의 8분의 1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한국은 일본에 비해 대-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연구원(원장 김동열)과 한국노동연구원(원장 배규식)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동 주최한 ‘중소기업 노동생산성 향상 정책토론회’에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간 노동생산성 격차 완화를 위한 상생협력 활성화 방안’ 발표에서 제조업 부문 500인 이상 대기업의 노동생산성(2013~2017)을 100이라 볼 때 1~9인 영세 제조기업은 12.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0~49인은 21.7%, 50~99인은 29.4%, 100~499인은 42.6%였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제조업 분야의 대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도 큰 편이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기준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을 100이라고 할 때 100~499인 중소기업은 45.1%이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차이는 더 벌어져 50~99인 32%, 10~49인 23.7%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 대비 종업원 100~499인 65.5%, 50~99인 44.3%, 10~49인 31.6%였다.
이처럼 대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에 차이가 나는 원인으로 노 박사는 △중소기업의 높은 하도급 비중 △짧은 근속기간과 핵심인력 이직 피해 △대중소기업간 투자 격차 심화 등을 들었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하도급거래 비중은 44.5%였다. 전체 중소기업 매출에서 하도급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6%였고 특히 하도급 기업들은 매출의 80.8%를 위탁기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 한국 기업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6.3년으로 OECD 평균 10.2년보다 3.9년이나 짧았는데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기간은 더 짧아졌다. 500인 이상 기업의 평균 근속 기간은 10.3년이었으나 10~29인은 5.0%, 5~9인은 4.4년에 불과했다.
노 박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1개사 당 8.7명의 핵심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31%가 최근 3년 간 경쟁업체 등으로 이직했고 핵심 인력을 빼앗긴 중소기업은 1개사 당 6.6억원의 매출 감소 피해를 봤다고 분석했다.
대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 박사는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한 조세지원 확대, 중소기업의 판로확보 지원 강화 등 정부 차원의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10년 이상 중소기업 장기재직자에 대한 소득 확대를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발표한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으로 일터혁신을 소개했다.
노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산업과 고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체적인 혁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중심이 돼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작업조직 중심의 통합적 접근, 직접적인 일자리 질 개선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후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 김동배 인천대 교수,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참석해 중소기업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소기업 노동생산성 향상은 종업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소기업 노사가 경영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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