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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만 28명 아동학대로 사망…학대자 83%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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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만 28명 아동학대로 사망…학대자 83%는 부모

입력
2019.08.20 14:14
수정
2019.08.20 22: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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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7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가방 안에 썩은 냄새가 나고 가방 안에 아기 포대기가 덮여 있으며 피가 나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조사결과, 친모는 자신이 방임해 사망한 영아의 시신을 여행용가방에 넣은 채 6개월 동안 숙박업소를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모는 출산 이후 4개월 동안 혼자서 아기를 기르다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하루에 16번 정도 젖을 먹여야 하지만 하루 3, 4번만 먹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런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에 ‘아기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며 아기만 놔두고 2일 이상 집을 비우고 여행을 다녀왔다. 친모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기는 뒤집기를 한 채 사망해 있었다.

이처럼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이 최근 5년간 132명, 지난해 2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연구진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과 검찰 수사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 사망자 대부분이 발견될 것이라는 통념은 오해이며, 실제로 밝혀지지 않은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2019년 제3회 아동학대 예방포럼’을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62곳 등이 접수한 아동학대 의심신고는 모두 3만6,417건이고, 이중 실제로 아동학대로 판단된 경우는 2만4,604건이었다.

◇1세 이하가 18명 신생아ㆍ영아 가장 취약

조사 결과, 학대에 의한 사망에 가장 취약한 집단은 신생아와 영아로 나타났다. 사망아동은 1세 이하(18명)가 64%로 가장 많았고 4ㆍ5ㆍ7ㆍ9세가 각각 2명씩, 6세와 8세 아동도 1명이 있었다. 남아가 15명, 여아가 13명이었다. 어린이집 등 어떠한 교육기관에도 다니지 않은 경우가 15명이었다.

사망을 유발한 아동학대 종류별 피해자 수(중복집계)를 살펴보면 신체적 학대(16명)가 53%로 가장 많았고 방임이 9명, 방임과 신체적 학대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가 4명, 신체와 정서적 학대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가 1명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치명적 신체학대가 11건, 자녀 살해 이후 학대자 자살 사건이 5건, 극단적 방임 5사건, 신생아 살해 3건 등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가운데서도 살해 사건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유형인 치명적 신체학대는 가족 안에서 발생한 사건이 10건이었다. 친부 학대자의 경우, 양육 지식이 없고 스트레스로 상당 기간 영아를 가해하다 아기의 울음에 분노가 일어나 아기가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가해 행동을 한 특징이 있었다. 친모의 가해자는 모두 미혼모 경험과 십대 출산 경험이 있었고, 아동 사망까지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가해한 상황이었다. 나머지 1건은 보육교사에 의한 사망사건이었다.

이밖에 자녀살해 후 학대자 자살과 신생아 살해 유형은 모두 가족 내에서 발생했다. 자살 사건은 사업실패나 빚 독촉 등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친부모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신생아 살해 유형은 화장실에서 혼자 출산 후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고, 원치 않는 임신이란 특징이 있었다. 예외적으로 퇴마의식 중 아동을 살해하거나, 이혼 후 아동을 빼앗기는 망상으로 인해 살해하는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도 2건이 있었다.

극단적 방임에 의한 사망사건의 경우, 기본적 욕구 충족을 박탈한 경우가 3건이었는데 2건은 친모, 나머지 1건은 아이돌보미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가정 내 사건의 경우, 십대출산, 20대에 이미 3, 4명을 출산한 경우가 있었고, 아동출생신고가 안 됐고 결혼(동거) 생활이 불안정한 특징이 있었다. 나머지 2건은 가정 안에 성인이 부재했을 때 발생한 추락사, 어린이집 등원차량 내 방치돼 열사병으로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사망사고 학대자 83%가 부모

학대자 30명 가운데 25명(83%)이 부모였고 친부가 9명, 친모가 16명이었다. 친인척도 1명 있었다. 보육교직원(3명)과 아이돌보미(1명) 등 대리양육자는 모두 4명으로 상대적으로 수가 적었다. 전체 아동학대자 가운데서도 부모의 비율이 76%로 가장 높았고 대리양육자(15.9%) 친인척(4.5%) 타인(1.5%) 기타(1.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학대 피해아동의 82%는 원래 거주하던 가정에서 보호를 지속했고 분리조치는 13%에 그쳤다. 사후관리가 가능하다면 가능한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는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피해아동 발견율은 전남이 6.15%로 가장 높았다. 만 0~17세 아동인구 1,000명 가운데 아동학대로 판단된 피해아동 비율을 말한다. 이어서 전북(5.44%) 경북(4.57%) 충남(3.69%) 등이 뒤를 이었고 세종(0.9%)과 서울(1.64%) 순서로 낮았다. 전국 평균은 2.98%였다.

◇”출생신고 의무화 등 필요” 제안

이날 포럼에서는 출생신고 의무화 등 모든 아동이 출생과 함께 공공 시스템에 등록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산모와 영아의 가정 방문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표문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일반적으로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거대한 구조적 원인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 허점과 실수, 미흡한 대응, 제도적 맹점들이 누적되고 서로 맞물려 비극이 벌어진다”라고 전제하고 “해외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볼 때 감독소홀 부주의 방임으로 인한 아동 사망이 실제로는 발견한 사례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는 감독소홀 부주의로 인한 사망의 경우 방임으로 규정짓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보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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