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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라와 맡은 첫 ‘향기’는 지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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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라와 맡은 첫 ‘향기’는 지린내

입력
2019.08.21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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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광장 공중화장실 없어 몸살… 서울시 설치 추진하다 접어

지하철역 등에 있지만 너무 멀어… 집회 땐 파출소에 수십명 대기줄

지난 3월 1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3ㆍ1절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역파출소 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시민 제공
지난 3월 1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3ㆍ1절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역파출소 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시민 제공

‘서울의 관문’ 서울역을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는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전 직원이 초긴장한다. 화장실 때문이다. 서울역광장 지상에 화장실이라곤 파출소에 딸린 작은 화장실 하나밖에 없다 보니 집회가 열리면 과부하가 심하게 걸린다. 파출소 관계자는 “집회 땐 화장실 앞으로 30~40명씩 줄을 서는 통에 일반 업무를 보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하루 유동인구가 33만명에 달하는 서울역광장이 화장실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단체들의 일명 ‘태극기집회’까지 서울역광장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어 파출소 화장실 앞 대기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서울역광장에 공중화장실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최근엔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에 “서울역광장에 공중화장실이 없으니 노상 방뇨가 많은 것 아니겠느냐”며 “서울역 근처만 가면 유독 소변 냄새가 지독한데 이를 그냥 방치하는 건 문제”라는 민원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역광장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서울역사와 지하철역에 공중화장실이 있지만 광장에서는 한참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야간에는 문을 닫는 터라 새벽에 서울역버스환승센터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황당한 상황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장에서 화장실을 찾아 헤매던 이들이 100m쯤 떨어진 파출소로 뛰어간다. 강호성씨(63)는 “광장에 있는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하고 화장실을 찾는데 보이지 않아서 참 난감했다”고 했다. 대구에서 온 이선영(33)씨는 “아이가 급하다고 하는데 지하철역까지 내려가긴 너무 멀고 해서 결국 파출소로 갔다”고 말했다.

서울역 지하철 출입구에서 서울역광장 방향에 붙어 있는 소변금지 안내문. 오지혜 기자
서울역 지하철 출입구에서 서울역광장 방향에 붙어 있는 소변금지 안내문. 오지혜 기자

서울역광장 부근에서 불쾌한 지린내가 진동하는 것도 시민들이 제기하는 큰 불만 중 하나다. 광장 곳곳엔 ‘소변금지구역’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로 노상방뇨가 흔한 일이 됐다. 파출소 화장실을 꺼리는 이들이 으슥한 곳에서 슬쩍 일을 보곤 한다. 중구청 관계자는 “용산구와 이틀에 한번씩 번갈아 가며 물청소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화장실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해 6월 서울역광장에 공중화장실을 만들려 했지만 중간에 흐지부지됐다. 화장실을 세우려던 부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구역에 포함되면서다. 서울시는 공중화장실 부족에 공감하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이나 인근 상인들은 “하다못해 이동식화장실이라도 갖다 놓을 수 있을 텐데 서울시 결정이 아쉽다”고 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GTX 사업 때문에 사업을 그만둘 게 아니라 서울시가 다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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