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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관광 & 맛] 습지ㆍ정원서 눈 호강… 꼬막ㆍ짱뚱어 먹고 입 호강… 발길 닿는 곳마다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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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관광 & 맛] 습지ㆍ정원서 눈 호강… 꼬막ㆍ짱뚱어 먹고 입 호강… 발길 닿는 곳마다 힐링

입력
2019.09.02 04:40
수정
2019.09.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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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ㆍ정원 사계절 장관, 산과 바다 진미 담은 한정식 으뜸

웃장국밥 2인 주문 땐 수육이 덤, 닭구이ㆍ능이백숙으로 보양

야경도 아름다운 순천만국가정원 전경. 순천시 제공
야경도 아름다운 순천만국가정원 전경. 순천시 제공

순천은 자연과 생태, 정원이 어우러진 도시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천 하구와 갈대밭, 갯벌 생물들이 살던 터전인 순천만습지는 가을이면 황금빛 갈대로 장관을 이룬다. 대한민국 제1호 순천만국가정원은 정원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와 설치 예술가들이 참여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했다.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선암사는 승선교와 함께 주변 경관이 빼어난 사찰이다. 16국사를 비롯해 고승대덕을 배출한 승보종찰 송광사는 한국의 삼보사찰로 불린다. 사적 제302호로 지정된 낙안읍성은 마을 전체가 조선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초가지붕과 툇마루, 토방과 섬돌, 가마솥 걸린 부엌 등 국내 최초로 성과 마을 전체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와온해변은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둘러본 뒤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다. 수면 위로 흑두루미와 기러기, 청둥오리가 먹이를 찾아 날개 짓 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 품처럼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밖에 60년대 판자촌을 체험할 수 있는 드라마촬영장을 비롯해 문화의 거리, 기독박물관 등 곳곳에 명소가 산재해 있다.

순천 절기별 한상차림.
순천 절기별 한상차림.

풍광 외에도 순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정갈스러운 어머니 손맛이다. 순천은 청정 해안과 산을 끼고 있어 먹거리 자원이 풍부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맛의 도시다. 대표 음식이 많지만 으뜸은 한정식을 꼽는다. 브랜드화로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절기별, 가격대별 상차림을 표준화하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다. 시는 최근 순천의 자연을 담은 한정식 ‘순천한상’을 선보였다.

순천만에서 채취하는 꼬막도 유명하다. 순천만과 보성만, 득량만, 여자만, 강진만 등 전남 해역에서 고루 나지만 그 중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갯벌이 있는 순천꼬막을 자타가 공인한다. 순천에서는 사계절 내내 물 좋은 꼬막을 만날 수 있다.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살이 차오르는 4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은 꼬막 철이다. 순천엔 꼬막이 풍성해 식당의 밑반찬으로나 술집에서 기본 안주로 나온다.

꼬막은 조리법에 따라 삶은 통꼬막, 꼬막탕, 양념꼬막, 꼬막비빔밥, 초무침, 찜과 전, 탕수꼬막 등이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반찬으로도 제격이다. 제철 채소와 함께 무쳐 오감을 자극하는 꼬막 회무침을 비롯해 노란 계란 옷을 입은 꼬막전, 울긋불긋 양념장을 얹은 꼬막, 튀긴 탕수꼬막 등은 입맛을 돋운다.

순천 웃장국밥.
순천 웃장국밥.

역사가 깊은 국밥은 일품이다. 순천은 오래전부터 인근 지역의 물산이 모이는 대규모 5일장인 웃장과 아랫장이 선다. 장터를 중심으로 국밥이 생겨났다. 웃장국밥은 전국 여행객들이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입소문이 난 것은 맛도 있지만 차별화된 판매 전략이 따로 있다. 2인분 이상 주문하면 수육이 덤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러 먼 거리에서도 이곳을 찾는다.

웃장국밥 골목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역에서 생산한 순수 국내산 재료로 냉동실에 들어가지 않는 돼지 머리고기와 콩나물, 야채 등의 싱싱한 재료만 사용한다. 일반 국밥과는 달리 곱창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삶은 머리에서 발라낸 살코기만을 재료로 사용해 국물 맛이 깔끔하고 뒷맛이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웃장국밥 만큼이나 유명한 아랫장국밥도 있다. 칼칼한 국물이 웃장국밥과 다르다.

순천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갯벌에서 나는 짱뚱어 요리를 맛보는 것이다. 짱뚱어에 깻잎과 들깨 등을 넣어 끓여내는 요리로 추어탕과 비슷하면서도 메기탕 맛이 나는 시원한 국물이 침샘을 자극한다. 짱뚱어를 100마리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일찍부터 순천, 영암, 보성 등에서는 보양음식으로 유명했다.

순천만 짱뚱어탕.
순천만 짱뚱어탕.

순천지역에서는 옛말에 ‘돼지 먹이로 줘도 주둥이로 밀어내버린다’고 할 만큼 짱뚱어가 흔했으나 지금은 잡히는 물량이 적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솜씨 좋은 낚시꾼들이 홀치기 낚시로 한 마리씩 잡고 있다. 양식도 어려워 개체수가 많지 않다.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지만 겨울잠을 자기 전에 영양분을 비축하기 때문에 가을에 가장 맛이 좋다. 짱뚱어를 삶아 체에 곱게 거른 뒤 육수에 된장을 풀어 시래기, 우거지, 무 등과 함께 걸쭉하게 끓여내 먹는다.

전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에서는 닭구이도 유명하다. 서면 계족산 자락의 청소골에는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한 관문길이 있어 주막에서 급제를 기원하며 마늘과 소금 등 간단한 양념으로 닭구이를 해 선비들에게 제공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지금도 청소골 일대에는 닭구이 식당이 즐비하다. 요즘은 청소골을 찾지 않아도 닭구이 식당을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식감이 좋고 숯불구이로 향도 좋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생닭을 사용해 육회 맛도 볼 수 있다. 칼칼하고 시원한 맛과 닭고기의 고소함이 만나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묵은 김치와 닭찜, 귀한 능이버섯을 6개월간 숙성해 만든 능이백숙이 인기다. 젊은 층에겐 달달하고 향긋한 마늘소스, 어르신들은 소금과 참기름 간을 선호한다. 일상의 몸과 맘이 지쳐있을 때 쉬어갈 수 있는 곳, 사계절을 더욱 즐기고 싶을 때, 청정한 공기와 물이 만들어 낸 맛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순천에 오면 된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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