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그릇 다루듯” 한반도 평화 의지, 北엔 “대화 방해 줄여야” 촉구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평화경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평화경제 구상을 담은 광복절 경축사를 북한이 맹비난한 지 사흘 만이다. 문 대통령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전진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ㆍ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광복절 경축사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면서 평화경제 화두를 다시 꺼냈다. 남북 공동 번영은 상호 협력으로서 가능하다는 신념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5일 수보회의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으로 평화경제를 언급한 데 이어, 15일 경축사에서도 이를 실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북한은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로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남북미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하며 “언제 터질 지 알 수 없는 고조됐던 긴장에 대한 우려와 때맞춰 열리게 된 평창올림픽의 절묘한 활용, 남북미 지도자들의 의지와 결단에 더해서 기적처럼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간의 성과를 새삼 상기했다. 이어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며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이행하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상호간의 노력까지 함께 해야 대화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나가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막 시작한 지난해 초에도 참모진에게 “(남북 문제를) 유리그릇 다루듯 다루라”고 지시한 바 있다. 모두발언에 일본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은 없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시한(24일) 등을 앞둔 상황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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