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보낸 서울경찰청 안내실 당직자 감찰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씨가 처음에 자수하러 간 서울경찰청에서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인근 경찰서에 가보라”며 돌려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자수하려던 피의자가 마음을 바꿔먹었다면 사건이 미궁에 빠졌을 수도 있었다. 경찰은 A씨를 돌려보낸 직원 등을 대상으로 감찰에 착수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7일 새벽 1시 1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을 찾아와 “자수하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몸통에 이어 16일에는 피해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사체의 팔 부분이 발견된 직후였다. 안내실 당직자였던 B 경사가 “무엇 때문에 자수하러 왔냐”고 물었지만 A씨는 구체적 답을 피한 채 “형사과나 강력계 형사와 만나고 싶다”고만 했다. B경사는 다시 “무슨 내용으로 왔냐”고 물었지만 A씨가 대답이 없자 “인근에 있는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안내했다. A씨가 안내실에서 머문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자수하러 온 살인 사건 피의자를 경찰이 그냥 돌려 보낸 셈이다.
A씨는 안내실을 나간 직후 택시를 타고 4분만인 새벽 1시 5분쯤 서울 종로경찰서에 도착했다. 종로경찰서는 곧바로 A씨를 체포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자수하러 온 사람을 원스톱으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그 부분은 감찰 조사를 해서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서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ㆍ사체유기)로 구속됐다.
한편 A씨 신원공개 결정은 미뤄졌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쯤 열 예정이었던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취소하고 A씨에 대한 정신병 여부와 흉기에 대한 유전자(DNA) 감식을 먼저 진행키로 했다.
A씨의 범행 수법이 잔혹한데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을 드나들면서 피해자에게 여전히 분노를 드러내는 등 움츠러든 기색이 전혀 없어서다. 경찰은 이날 프로파일러를 투입, A씨와 면담케 한데 이어 과거 의료 기록도 함께 살펴봤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0일 오후 2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A씨 신상공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