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정운호 게이트’ 법관 비리 관련
檢자료 법원행정처 차장에 준 것 업무상 비밀누설인가 법리 다툼
“영장전담이 해야 할 일 했을 뿐”재판 내내 굳은 표정 혐의 부인
검찰 수사 상황을 빼낸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들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성창호 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피고인, 직업이 뭐죠?” (재판장)

“판사입니다.” (피고인들)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재판 시작과 함께 출석한 사람이 피고인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가 이름, 생년월일,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認定訊問)이 진행됐다. 피고인으로 나선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직업을 ‘판사’라 답했다. 자신의 유무죄를 다투기 위해 현직 판사가 다른 판사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 검찰의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조의연ㆍ성창호 부장판사는 영장전담판사였다.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법관 비리 의혹으로 이어지자 신 당시 수석부장판사와 조ㆍ성 두 영장전담판사는 검찰이 법원에 낸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의 내용을 파악해 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알려준, 기밀유출 혐의로 기소됐다.

법대에서 내려와 피고인석에 선 이들 판사들은 재판 내내 웃음기 없는 굳은 표정과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휴정하는 동안에도 변호인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잠깐 자리를 벗어나 주변을 둘러볼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현직 판사’를 유지한 채 재판에 출석한 이상, 업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하고도 단호한 태도로 부인했다.

신 부장판사는 굳은 표정으로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한 형사수석판사로서 직무상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비밀은 외부로 새어나갔을 때만 누설에 해당한다”며 “내부 기관 사이 정보보고는 직무상 비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을 향해 “중앙지검 등 검찰도 법무부에 영장사건 등 수사 관련 보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행위가 누설에 해당하는지, 법무부는 중앙지검의 내부기관에 해당하는지 또는 외부 기관인지를 밝혀야 한다”며 시퍼렇게 날을 세웠다.

조의연 부장판사 또한 “법원 내 형사 재판을 총괄하는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영장 관련 보고를 하는 건 통상적 업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내세워 “법리로나 사실관계로 보나 죄가 될 수 없는 사안”이라 반박했다. 특히 “당시 사건은 법관 내부 비위 관련 사항이기 때문에 보다 상세한 보고 요청이 있었던 것일 뿐”이라 강조했다. 이어 “영장전담들은 형사수석에게 보고한다고 생각했을 뿐, 이것이 행정처에 보고되리라 생각한 적이 없다”며 “형사수석이 행정처에서 어떤 지시를 받았고, 누구에게 보고하는지도 전혀 몰랐고, 이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성창호 부장판사 측도 “수사정보를 보고하라는 행정처 지시를 수석부장을 통해 전달받은 바 없고, 수석부장이 이를 직접 전달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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