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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소설가 아디치에 “페미니즘의 보완점? 없다!”

입력
2019.08.19 16:42
수정
2019.08.19 19:0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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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페미니스트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최근 영국의 왕자비 메건 마클이 객원 에디터로 참여한 영국판 보그 9월호는 아디치에를 전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비롯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여성 15인’중 한 명으로 꼽았다. 민음사 제공
한국을 찾은 페미니스트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최근 영국의 왕자비 메건 마클이 객원 에디터로 참여한 영국판 보그 9월호는 아디치에를 전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비롯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여성 15인’중 한 명으로 꼽았다. 민음사 제공

“아무것도 없다(Nothing)!”

페미니스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의 소신은 단호하고도 확고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19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페미니즘의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없다”고 답했다. 페미니즘이 지적하는 문제 대신 페미니즘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2011년 미 주간지 뉴요커가 꼽은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20인 중 한 명. 2015 사시주간지 타임이 뽑은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TED 강연과 동명의 책으로 페미니스트 아이콘이 된 아디치에가 한국을 찾았다. 나이지리아의 엄격한 상류층 가정 출신 소녀가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을 담은 장편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의 한국 출간을 맞아서다.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소설가답게,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를 강타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 해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굳이 페미니즘이라 부르지 말고 ‘인권수호’라고 부르자고 해요. 하지만 귀가 아프면 의사가 몸 전체가 아닌 귀를 치료하는 약을 처방해주듯,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명명해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이 너무나 오랫동안 억압받고 소외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러한 상황을 바꾸겠다는 의지이자 정의구현 운동입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19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민음사 제공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19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민음사 제공

아디치에는 간담회 전달 한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3인과의 만남도 주도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 여성들의 ‘탈코르셋’ 움직임에 대해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아디치에는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다양성과 선택권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며 “여성의 외모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 기준에 부응 않겠다는 선택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MeToo)운동에 대해서는 “성폭력과 관련한 여성들의 사연이 최초로 진지하게 말해지고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이라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이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아디치에는 “불의에 맞서다 보면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기득권을 뺏기기 싫어하는 (남성들의) 분노의 뿌리에 대해 얘기해야지 이 갈등이 페미니즘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디치에는 무엇보다 남성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페미니즘은 남혐 운동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남녀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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