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부진 탈출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신흥 시장인 베트남에 4,600억원을 투자해, 현재 매장이 하나뿐인 현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터를 잡은 유통 라이벌 롯데마트와의 경쟁도 주목된다.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 베트남 법인은 기존 매장 새단장과 신규 출점 등을 위해 2021년까지 총 4,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먼저 올해 1,400억원을 투자해 호찌민에 이마트 2호점을 내년 중 개점하고, 2020년 1,700억원, 2021년 1,500억원을 차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에 적어도 4, 5개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적이 악화한 이마트가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호찌민에 있는 1호점이 2015년 12월 문을 연 이후 계속해서 매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419억원이던 1호점 매출은 지난해 621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36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아직 적자지만,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머지않아 턴 어라운드(흑자 전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마트 베트남 법인 영업손실은 2016년 52억원이었으나, 올 상반기엔 10억원 규모로 줄었다.
이마트가 직접 진출한 해외 시장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몽골 이마트는 현지 기업이 운영하며, 중국 시장에선 철수했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률이 7% 이상이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70%가 내수인 데다 현지인들의 소비 패턴이 현대식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쇼핑 같은 현대적 유통채널 비중이 아직은 베트남 전체 유통 시장의 25%에 불과하지만,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대형마트에겐 매력적인 시장이다.
다만 오래 전부터 터를 잡은 현지, 유럽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마트 베트남 1호점은 300명 가량의 점포 인력 중 점장을 포함한 95%를 현지인으로 채웠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은 도시 여건을 감안해 자동차 150대, 오토바이 1,500대를 세울 수 있는 지역 최대 규모의 주차장도 확보했다. 이마트 측은 이 같은 1호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지화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마트 2호점이 생기면 호찌민에선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을 비롯해 한국 대형마트 3곳이 경쟁하게 된다.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앞선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현재 총 14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베트남 롯데마트는 모든 점포가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며, 영업이익 신장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까지 롯데마트는 베트남 점포를 31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이와 달리 신규 출점 속도를 조절하면서 베트남을 ‘소싱(상품 공급) 기지’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지 점포 수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대신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생산품을 확보하며 사업 효율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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