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최대 95% 손실 예상” 뒤늦게 판매과정 검사… 키코 피해자 “10년 전과 판박이”
시중은행 등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ㆍDLF)의 판매 규모가 8,200억원에 달하고, 지금 같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면 만기 때 손실률이 최대 95%에 달할 것이란 금융당국의 추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해당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와 판매 주체인 은행을 상대로 ‘현미경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DLS(파생결합증권)는 금리, 원유 등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DLF(파생결합펀드)는 이런 DLS가 모인 펀드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국내 금융사들의 주요 해외 금리 연계 DLSㆍ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4,012억원)이 가장 많이 팔았고, 이어 하나은행(3,876억원), 국민은행(262억원) 등 순이었다. 전체 판매액의 99%가 은행에서 팔렸는데, 투자금액의 89%는 개인들의 자금이었다. 개인 투자자 수는 모두 3,654명으로, 1인당 평균 2억원 가량을 투자한 꼴이다.
이중 특히 판매량이 많았던 영ㆍ미 CMS 금리 연계 DLSㆍDLF(하나은행 등)는 판매잔액이 6,958억원이다. 투자금 중 지난 7일 기준으로 85.8%(5,973억원) 가량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CMS 금리란 외환시장에서 고시되는 장단기 금리 차이를 말한다. 만약 만기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총 손실률은 56.2%에 달할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DLSㆍDLF는 해외 금리가 일정 기준(배리어)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된 DLSㆍDLF(우리은행 등)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판매잔액은 1,266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판매금액 전체가 지난 7일 현재 이미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만기(9~11월)까지 예상 손실률은 무려 95.1%로 예상된다. 다만 만기 때 금리 상황에 따라 손실 규모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금감원은 DLSㆍDLF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고, 문제가 없었는지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등을 대상으로 이달 중 합동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사가 원금 손실가능성 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미 금감원에는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이 29건 접수된 상태다. 금감원은 관련 판례 등을 참조해 분쟁조정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율이나 유가 등을 기초로 한 다른 고위험 파생결합상품의 판매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8년 외환파생상품 ‘키코’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입었던 피해기업들은 이번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사태가 “10년 전과 판박이”라며 은행권과 금융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키코와 DLS 사태의 공통점은 비전문가인 기업이나 개인에게 은행이 초고위험의 옵션 상품을 권유했다는 것”이라며 “은행의 이익 우선주의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시와 규제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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