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도시 침몰을 막기 위한 해수면 상승 방어에만 앞으로 최소 87조원(720억달러)은 써야 한다고 최고 지도자가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우려했다.
19일 AFP통신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전날 주요 정책 연설에서 지구 온난화 해결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언급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동남아시아 국가는 이미 느끼고 있다”라며 “저지대 섬인 싱가포르는 해수면 상승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대책을 제시했다. 현재 싱가포르는 홍수에 대비해 해수면보다 평균 3m 높은 곳에 건물을 짓고, 이 중 1m 정도는 완충장치로 남겨뒀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폭우와 밀물로 인해 완충장치가 뚫릴 수 있어 새로 짓는 건물은 해수면보다 4m 높은 위치에, 특히 창이국제공항처럼 중요한 기반 시설은 해수면보다 5m 위에 건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리셴룽 총리는 해안 방어선 구축이 핵심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에 만든 네덜란드의 해안 간척지 ‘폴더(polder)’의 건설 방식을 싱가포르에 소규모로 시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해안의 작은 섬들을 연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리셴룽 총리는 “해안 방어 기반 시설에 앞으로 100년간 적어도 720억달러가 들 것”이라며 “기후변화 방어는 정말 심각하고 생사가 걸린 문제인 만큼 마치 군사 작전처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군사 방어와는 달리 해수면 상승은 확실하며 시기만 불확실하다”라며 해수면 상승의 실제적 위협을 거듭 강조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