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간 영국령 지브롤터에 억류돼 있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가 영국령 지브롤터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추가 억류를 요청했지만 지브롤터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그레이스 1호는 출항 전 ‘아드리안 다르야 1호’로 선명을 바꿨다고 외신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현지 관리를 인용해 그레이스 1호가 선명을 바꾸고 이날 오후 11시쯤 지브롤터 해협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기를 내건 상태였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방송은 선박 위치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아드리안 다르야 1호가 그리스 칼라마타섬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석방 사실을 보도하면서 “국영 석유회사 화물을 실은 유조선이 지브롤터해협을 떠나 지중해의 ‘불분명한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이 선박은 지난달 4일 이란산 원유 210만배럴을 싣고 지중해를 항해하던 중 지브롤터 해역에서 영국 해군에 시리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나포됐다.
유조선 출항은 지브롤터 법무부가 이란 유조선과 유조선에 실린 원유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압수영장 집행 요청을 거부한 이후에 이뤄졌다. 지브롤터 행정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EU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란으로부터 선박에 실린 석유가 시리아로 향하지 않는다는 확증을 받은 지브롤터 정부는 지난주 해당 선박의 석방을 결정했지만 미국 연방법원이 연방 검찰의 요구에 따라 압수영장을 발부해 재차 압류를 추진하고, 선원들까지 교체되면서 출항이 지연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된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시리아로 원유를 불법 반출하는데 이 유조선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IRGC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었다. WSJ은 아드리안 다르야 1호의 출항이 이란이 지난달 페르시아만에서 국제 해양 규정 위반으로 나포했던 영국 국적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석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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