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도시(베드타운)에서 일자리가 있는 자족도시로 어떻게 바꿀 것이냐. 가장 큰 고민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뭐라도 해볼 땅이 있다. 4호선 창동차량기지와 그 옆 도봉운전면허시험장 7만5,000평 부지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단위 개발 예정지다.”
오승록(50) 서울 노원구청장이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원구는 1980년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 계획도시다. “기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시피 한 만큼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부지 개발에 노원의 백년 미래가 달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 구청장은 “창동차량기지가 이전하고 의료ㆍ바이오 산업 등 혁신 산업 거점으로 조성되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동차 입ㆍ출고와 정비가 이뤄지는 창동차량기지는 지하철 4호선 연장계획에 따라 2024년까지 경기 남양주시로 옮겨진다. 다만 창동차량기지 옆 운전면허시험장은 이전 부지를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올해 안에 이전 부지를 찾아 확정 짓는 게 과제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일대 개발 계획은.
“그 동안 지하철 4호선 차량기지가 도심 한가운데(노원구 상계동) 위치해 지역 발전에 제약이 돼왔다. 다행히 차량기지 이전이 국가 시행 사업으로 확정돼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서도 도봉구 창동과 노원구 상계동 4호선 차량기지 일대를 ‘창동ㆍ상계 신경제 중심지’로 선정했다. 창동 지역에는 서울 아레나 공연장이 들어서고, 상계동 차량기지 이전 부지는 의료ㆍ바이오 산업 등 혁신 산업 거점으로 조성된다. 이 일대는 서울 동북 지역의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손색이 없는 명실상부한 신경제 중심지로 완성이 가능하다. 동대문구 홍릉의 바이오클러스터와도 연계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바이오는 자동차, 반도체와 3대 유망 사업으로 불리는데 그 중에서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일 크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대병원에 이전을 제안했다. 세계 최대 종합병원 만들어 의료 관광객도 유치할 계획이다.”
-주택가 밀집 지역에서 주차난이 심각하다. 학교주차장 개방은 어디까지 와 있나.
“관내 주거시설의 80%가 아파트다. 처음 지을 때 지하주차장을 만들지 않아 주차난이 심각하다. 당장 재건축도 쉽지 않아 대안으로 생각한 게 야간에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밤 늦게까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고등학교를 제외하면 초ㆍ중학교가 50개 정도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안전과 관리 어려움으로 개방을 꺼려한다. 현재 5개 학교를 설득해 105면을 주차장으로 확보했다. 학교장 면담을 통해 계속 설득 중이다. 주차장 바닥 포장과 도색, 차량 자동출입기와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시설은 구가 책임진다. 주차 수입금은 전액 학교에 지급하고, 교육 경비 보조금 등 인센티브도 확대할 계획이다.”
-‘노원형 돌봄’ 아이휴(休) 센터가 눈에 띈다.
“맞벌이 부모를 둔 초등학생을 돌봐주는 구립 마을 돌봄 센터다. 현재 1,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1층에 12곳을 운영 중이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오후 1시면 집에 오는데 이후 부모 퇴근 때까지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여성 경력 단절의 주원인이 되고 있어서다. 앞으로 동마다 2개씩, 누구나 집에서 5~10분 거리 아이휴 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를 아이휴 센터에서 했다. 서울시와 전국으로도 확산돼 큰 보람을 느꼈다. 야간 무더위 쉼터도 작년 우리 구가 전국 최초로 운영해 올해 전국으로 파급된 것이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백사마을이 진통 끝에 재개발을 본격화했다.
“장기간 사업 정체로 주택 노후화가 심각한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아 현재는 사업 시행 인가를 위한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2021년 초 착공 예정이다. 전체 부지 18만6,965㎡에 2,000세대가 분양된다. 아파트만 때려 짓는 게 아니라 기존 지형, 터, 골목 등을 그대로 남기는 방식으로 건축가 9명이 9개 형태의 임대주택을 지어 698세대가 들어가 사는 주거지 보전사업도 병행한다. 이곳을 도시재생 모범으로 만들어보자는 구상이다. 보통 재개발을 하면 기존 주민의 재입주율이 30%가 안 되는데 여기서는 50%까지 높여보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북서울미술관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구민들이 이렇게 문화적 갈증이 있었나 깜짝 놀랐다. 취임할 때 일상에서 문화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북서울미술관 전시 내실화였다. 관내 중심지에 위치한 미술관을 잘 활용하고 싶었다. 그 일환으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7명의 작품 70여점을 모아 ‘근현대명화전’을 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00여명이 방문하면서 대박이 났다. 평일에는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단체관람객이, 주말에는 구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 가족 단위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이 전시를 보고 인증샷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더 화제가 됐다. 내년에는 고흐나 샤갈 같은 명화전을 꼭 해보고 싶어 유럽의 미술관들을 섭외 중이다.”
-올해 역점사업은.
“민선 7기 키워드는 자연과 문화가 있는 ‘힐링도시 노원’이다. 주민들이 주말에 2~3시간 정도 머물며 휴식할 수 있도록 권역별로 힐링타운을 조성 중이다. 작년 9월 불암산에 개장한 나비정원을 중심으로 ‘불암산 힐링복합단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존 유아숲체험장과 청소년 익스트림 시설인 더불어 숲 외에도 무장애 숲길, 철쭉동산, 산림치유센터,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만든다. 수락산 동막골에는 서울 최초의 자연휴양림을 조성한다. 공릉동 화랑대역 철도공원에는 기차카페, 생활정원,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해 경춘선 힐링 타운으로 만든다. 월계동 영축산에도 순환산책로롤 3.92㎞를 조성한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주민들의 작은 행복을 위한 사업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다.”
-참여정부 행정관을 지내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란 군사분계선을 넘는 아이디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견해 갖고 있나.
“참여정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5년을 보냈다. 지난해 10ㆍ4 남북공동행사 방북단 일행으로 11년 만에 평양을 다녀왔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면서 많이 변했더라. 경제 개발하겠다는 의욕과 중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더라. 그러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야겠다는 생각도 강했다. 지금은 미국과 ‘밀당’을 하고 있는 거다. 결국 해결된다.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열릴 거다. 북한이 감정적으로 나온다고 그대로 맞받아쳐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남북관계는 진득하게 오래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전 걱정 안 한다.”
진행=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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