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지난해 중소기업 업력별, 자산규모별 융자지원 비중/김경진기자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정책 융자가 연말로 가까워질수록 우량기업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예산의 25%에 달하는 자금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긴급 증액되는 일이 거듭되고 이를 하반기에 모두 집행하려다 보니, 창업 초기ㆍ소규모 기업의 자금난을 풀어주자는 정책 취지와 달리 규모가 크거나 업력이 길어 심사하기 쉬운 기업 위주로 지원된 것이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 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 창업ㆍ진흥기금을 활용해 총 4조4,150억원(추경 6,800억원 포함)을 중소기업에 저리 융자 형태로 지원했다.

자금 지원은 후반기로 갈수록 창업 이후 오랜 기간 살아남은 기업에 집중됐다. 전체 지원액 대비창업 3년 미만인 초기 창업 중소기업 융자 비중은 1분기 33.4%에서 4분기 22.7%로 10.7%포인트 낮아진 반면, 업력 15년 이상 기업 융자 비중은 같은 기간 5.2%포인트(19.5%→24.7%) 높아지며 막판엔 초기 창업 기업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원 받았다. 업력 7~15년 기업 지원액 비중도 이 기간 4.6%포인트(21.1%→25.7%)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 비교해도 시간 흐름에 따라 상대적으로 큰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 3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융자 비중은 1분기 51.6%에서 4분기 39.6%로 12.0%포인트 낮아진 데 비해, 자산 100억원 이상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6.1%포인트(14.1%→20.2%) 높아졌다.

하반기로 갈수록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정책처가 최근 3년간(2016~18년) 이 제도를 통해 융자 받은 기업들의 업력별 지원 비중을 반기별로 분석했더니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은 상반기 연 평균 32.0%에서 하반기 24.9%로 7.1%포인트 급감한 반면, 창업 7년 이상 기업 지원 비중은 상반기 37.7%에서 하반기 46.0%로 8.3%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현상은 반복적인 추경 편성에 따라 단기간에 집행해야 할 정책자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제한된 기간에 대규모 예산 집행에 나서야 하는 터라 안정적으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우량기업들이 대거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중소벤처기업 창업ㆍ진흥기금 융자사업 관련 추경은 연 평균 9,100억원 편성됐다. 같은 명목으로 편성된 본예산이 연 평균 3조6,1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경 때마다 본예산의 25.2%만큼 증액된 셈이다.

이병철 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정부는 지원 대상 중소기업을 선정할 때 자금 지원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에 지원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자금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정책 자금은 연례적인 추경 편성을 하기보다는 본예산에 편성해 충분한 집행기간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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