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사옥 첫 압수수색… 강제수사 전환
양현석(50)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YG 사옥을 처음으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버닝썬 사건으로 YG와 경찰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지 7개월 만에 양 전 대표가 본격적인 강제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도박자금의 출처가 회삿돈으로 드러날 경우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YG사옥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양 전 대표와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상습 도박 혐의와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다. 관련 피의자들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표의 주거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 전 대표와 승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호텔 카지노 등을 드나들며 상습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의 판돈은 수십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자금은 현지에서 달러를 빌린 뒤 한국에서 원화를 갚는 방식의 ‘환치기’ 수법으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내용의 첩보를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건네 받았으며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양 전 대표 등의 금융자료도 확보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경찰은 양 전 대표 등이 사용한 도박 자금이 YG가 소유한 회삿돈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과 관련한 회계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라며 “압수물을 분석하면 횡령 여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자금의 출처가 회삿돈으로 드러날 경우 양 전 대표 등에겐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빼돌린 돈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된다.
경찰이 양 전 대표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YG사옥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버닝썬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양 전 대표도 성매매알선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2014년 말레이시아 등 해외 재력가들에게 유흥업소 여성들을 소개하고 성접대 했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소환조사는 지난 6월 비공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였고, 이후에도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양 전 대표가 이번에는 포토라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언과 의혹에서 출발한 버닝썬 수사와 달리 불법도박 의혹은 이미 계좌 및 금융 자료 등 물증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라는 것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양 전 대표와 승리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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