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1200명 참석…연주 무대서 폭발
탈레반-미국 간 평화협정 협상에 영향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결혼식장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63명이 목숨을 잃고 18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는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카불 서부 ‘두바이 시티’ 웨딩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나스라트 라히미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폭발로 63명 이상이 숨졌고 182명이 다쳤다”며 “사상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결혼식에는 1,200명 가량의 하객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폭발로 부상을 입은 굴 무함마드는 “음악 연주자들이 있는 무대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며 “아이들을 포함해 무대 쪽에 있던 모든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올해 들어 카불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결혼식장은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 거주지역에 있으며, 이 지역에선 지난 2년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거듭 발생했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 7일에도 치안 세력을 겨냥한 자동차 폭탄 테러로 14명이 숨졌으며, 희생자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이었다. 지난해 11월에도 결혼식장에서 열린 이슬람 성직자 회의에서 55명을 숨지게 한 자폭 테러가 발생한 바 있다.
AP통신은 “미국과 탈레반 간 18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가 가까워진 매우 불안정한 시점에서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철수를 포함한 양측 간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벌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6일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아주 좋은 회의가 막 끝났다. 전쟁 중 반대편에 섰던 사람과 우리는 가능하면 거래를 하려고 한다”며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한 듯 탈레반은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즉각 부인했다. 탈레반 측은 폭발 뒤 “있어서는 안 되는,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이라며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외에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관측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