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무라 前관방장관 "지소미아 연장 여부로 한국 대화 의지 확인"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 악화를 이유로 내달 개최 예정이던 해외취업 박람회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그렇게 한다면(박람회가 취소된다면) 한국 학생이 곤란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한 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일본 관방장관은 17일 마이니치(每日)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아베 총리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오봉(お盆) 명절 때인 지난 14일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공항에서 아베 총리와 만난 사실을 밝히고, “많은 일본 기업이 참가해 내달 열릴 예정이던 해외취업 박람회를 한국 정부가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고 했다. 가와무라 전 장관은 아베 총리와 같은 야마구치현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아베 총리가 오히려 한국 학생들을 걱정했다”고 밝혔으나,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한국 고용노동부는 9월 24일과 26일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개최할 예정이었던 ‘2019 글로벌 일자리 대전’의 일정 변경 또는 일본 기업의 참여 규모를 대폭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와무라 전 장관은 “(한일관계 악화로) 어린이들 간 교류사업이나 항공편 취소,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이 나오고 있다”라며 “양국 간 대응이 지속된다면 한일 관계는 정말로 수렁에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와 관련해선 “한국 측 대일정책의 변화는 조금 느꼈다”면서도 “관계 악화는 한국 대법원이 한일관계의 기본이 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뒤엎고 배상 명령을 내린 것에서 시작됐다”면서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24일이 결정 시한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해선 “한국이 정말로 일본과 대화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못할 것 같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지소미아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한국이 거부할 수 있겠나. 연장되지 않는다면 한미일 ‘동맹관계’는 무너진다”며 “지소미아도 징용문제(강제동원 문제)도 공은 한국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동원 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은 물론 안 되겠지만, 국제 약속인 청구권 협정의 근본원칙을 바꿀 수 없다”며 “한국에서 일어난 문제는 한국에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내달 한일ㆍ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가 예정대로 도쿄(東京)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총리관저와 한국의 청와대 간 파이프가 가늘어지고 있다”라며 “직통 루트를 어떻게 구축해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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