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디 선수(왼쪽부터), 학군사관 후보생, 미스코리아 시절의 우희준. 한국일보 E&B 제공

1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야탑고와 인상고의 32강전. 경기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2019 미스코리아 선 우희준(25)씨가 완벽한 키킹 동작을 선보이자 프로야구단 스카우트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탁월한 운동 능력으로 무장한 우희준씨의 ‘영업 비밀’을 몰랐기에 야구인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대 최고의 반전 프로필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화제를 모았던 우씨는 대회 직전까지 4년간 카바디 선수로 활약했다. 프로필에 한 줄 적기 위한 ‘취미’ 수준이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카바디 불모지 한국을 동메달 결정전까지 이끈 국가대표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세계여행 중 들렀던 인도에서 처음 카바디를 접하고 돌아온 2015년 직접 대한카바디협회를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곤 1년도 채 되지 않아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우씨는 “초ㆍ중학교 때 육상 선수를 했고, 고등학교 땐 스턴트 치어리딩을 해서 스피드, 근력이 좋은 편이라 단기간에 기량이 향상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 미스코리아 선 우희준이 지난 1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우씨의 특별한 이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 대회 전까진 선크림 대신 위장크림을, 원피스 대신 군복을 입었던 학군사관(ROTC) 후보생이기도 하다. 울산대 전기공학부(의공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우씨는 “졸업 후 병과를 받아 소위로 임관하면 특전사 장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공대와 운동선수, 군인으로 이어지는 남성성 짙은 그의 삶에 미스코리아가 들어온 건 우연한 기회였다. 우씨는 “부산ㆍ울산 지역대회 공고를 보고 친구들이 도전해보라고 했다”면서 “상상도 못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런(남자 같다는)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용기를 냈는데 선까지 입상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우씨는 “태권도 선수를 지내고 강력반 형사로 근무 중인 아버지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은 것 같다”면서 “주변의 90% 이상이 남자들인 환경에서만 살다가 신기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우씨는 또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달 30일 충북 충주에서 개막하는 2019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 카바디 경기에 영어 아나운서를 맡아 선수로 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3년간 미국 유학 경험 덕에 한국관광공사에서 통역 업무도 했을 만큼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 겸비했다. 25년 인생에 다 담기 어려운 팔색조 매력을 뽐내 온 우씨는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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