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홍콩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쓴 민주화 시위대가 홍콩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 반대 시위가 11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군 투입 분위기가 감지돼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홍콩 경계와 10분 거리까지 전진배치 된 상황에서 주말 시위의 막이 올랐다.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홍콩에 군 병력을 투입하게 되는 선택이 이번 주말 상황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에서는 교사들의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만2,000여명이 참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홍콩 교사협회 주최로 열린 이번 집회는 송환법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학생들을 지지하는 성향을 띄고 있다.

교사들은 비가 쏟아지는 등 악천후 속에서도 ‘다음 세대를 지키자’ ‘우리의 양심이 말하게 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캐리 람 행정장관의 관저까지 행진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펑와이와(馮偉華) 교사협회 회장은 “저항 과정에서 체포되고 다친 이들 대부분이 학생들”이라며 “젊은이들과 학생은 우리의 미래이므로 우리가 나서 그들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홍콩에서 시민들의 반(反)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은 18일 오전 10시부터 빅토리아 공원 등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시위대가 지난 12, 13일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해 극심한 항공대란이 불거진 뒤 처음 열리는 대규모 시위다. 주최측의 시위와는 별개로 도심 곳곳에서도 게릴라성 시위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경찰 측은 주최 측의 행진 요청을 거부했으나 시위대는 행진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 반대 시위가 11주째를 맞은 17일 중국 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시위대도 홍콩 시내에서 포착됐다. 홍콩=EPA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위대의 행진 요구를 경찰이 거부한 것과 관련, “홍콩 민주화 시위대는 평화로운 비폭력 집회를 추구하지만 당국은 ‘추한 일요일(Ugly Sunday)’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WSJ은 경찰의 행진 불허는 많은 시위자에게 체포와 경찰의 폭력 진압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면서 빅토리아공원은 약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민간인권전선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위 진압에 중국군 투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선 15일, 홍콩과 10분 거리의 중국 선전시에서 대규모 군병력과 장갑차 등 진압장비가 목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대를 수명이 90여일에 불과한 메뚜기에 빗댄 글이 중국 동부전구 육군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6일 사설에서 중국이 조만간 홍콩에 군을 투입한다는 관측에 대해 톈안먼 사태를 말하는 ‘1989년 6월 4일 정치사건’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전망을 일축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17일 대만 거주 홍콩 학생들과 대만인들이 홍콩 경찰의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분장을 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대와 연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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