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명분 떨어지고, 특별한 이유 없는 잦은 설치ㆍ철거로 시민들 눈총 
우리공화당이 자진 철거 8일 만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2일 오전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설치 명분도 떨어지고, 캠핑장 텐트처럼 수시로 접었다 치고.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천막의 존재감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반복되는 잦은 설치와 철거로 이미 천막의 의미를 상당히 잃은 상황에서 최근 한일 갈등으로 광화문광장이 ‘노 아베’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여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양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우리공화당의 천막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돼 있다. 이달 1일 광화문광장에 설치했다가 5일 오후 늦게 천막 2동을 철수했다. 우리공화당은 당시 천막 철수 이유에 대해 "태풍 위험으로부터 당원들과 광장 시설, 시민들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가벼워서 바람에 취약한 광화문광장 천막은 철거하고 더 견고한 세종문화회관 앞 천막은 남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북상 중인 태풍 프란시스코는 이날 오후 3시쯤 경남 부근 해상으로 이동해 내륙에 영향을 끼칠 기세였다.

우리공화당이 천막을 처음 자진 철거한 건 6월 29,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서다. 당시 우리공화당은 천막을 광화문광장에서 철수해 청계천변으로 옮겼다. 이 때는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방문으로 광화문광장에서 경호상의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상식적인 선에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천막이 철거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천막 4동에 대한 2차 행정대집행을 시도하자 우리공화당 측은 천막을 자진 철거해 세종문화회관 계단으로 옮겼다. 우리공화당은 당시 “행정대집행을 무력화 했다”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를 댔다.

사흘 뒤인 지난달 19일에는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공화당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 천막 3동을 설치했다. 출근 시간 대 직장인들이 불편하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중구청이 강제 철거를 계고하자 우리공화당은 얼마 못 가 천막을 접었다. 당시에는 “행정대집행이 일어나면 당원들이 다칠 수 있고 집회 신고가 안 된 곳에 천막을 설치해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는 다소 논리가 맞지 않는 대답을 내놨었다.

우리공화당은 광화문광장에 처음 천막을 설치한 이래 버티기, 강제철거, 기습 재설치, 자진 이동, 재설치를 반복하는 게릴라 전술을 구사 중이다. 천막을 철거할 때마다 시민 안전, 당원 보호 등을 논리적 방패막이로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거의 없다는 비판이 주류다.

2017년 3월 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경찰 등과 충돌해 숨진 5명을 추모한다며 우리공화당은 천막을 설치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이 숨지는 과정에서 공권력의 명백한 잘못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아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애초부터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천막 설치인 데다 공공 공간에 불법으로 천막을 쳤다가 편의에 따라 철거하기를 반복하면서 ‘우리공화당은 왜 천막을 칠까”라는 근본적인 의문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간 강제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비용 수억원이 소모됐고 천막 재설치를 막기 위한 대형 화분 설치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광화문광장이 ‘반 아베’라는 확실한 명분의 공간이 되자 천막의 존재감은 거의 눈에 띠지 않는 상황이다. 회사가 광화문광장 인근에 있어 우리공화당의 천막을 자주 본다는 김모(48)씨는 “너무 의미 없이 천막을 접고 펴 식상해진 지 오래”라며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은 정치적 사유물이 될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정치적 이목을 끌기 위한 몰지각한 불법 천막 퍼포먼스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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