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울산의 K리그1(1부 리그) 26라운드 경기가 열린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를 앞두고 벤치에 앉은 조제 모라이스(54) 전북 감독의 팔목엔 평소 보지 못한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 상품인 ‘희망나비 팔찌’였다. 광복절(8월 15일) 의미를 새기고자 선수들과 함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815만원을 후원하면서 받게 된 팔찌를 차고 경기에 나선 것이다.
부임 첫해, 한국에 온 지 이제 반년이 갓 넘은 외국인 감독은 이 팔찌의 의미를 웬만한 한국인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팔찌에 대한 의미를 잘 설명 받았다”며 이날 팔찌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의미를 전했다. 그는 “(광복절은)대한민국 국민들이 잊어선 안될 날”이라면서 “일본이란 스스로 했던 과거 일들에 대해 다시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새기길 바라는 의미로 (팔찌를)착용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 또한 이날 경기에서 이런 마음(과거를 잊지 않는)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한민국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광복절 의미를 새긴 건 모라이스 감독뿐 아니었다. 전북 구단은 이날 태극기와 함께 광복절의 의미를 새긴 입장권을 발행했다. 팬들은 경기 전 대형 태극기를 펼쳐 올렸고, ‘태극기 클래퍼(응원도구)’를 들어 보이며 광복절의 의미를 새기기도 했다. 전북은 이날 울산을 3-0으로 대파하고 팀 통산 400승째를 기록했다. 또 선두 울산에 승점 1점차로 앞서면서 우승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전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