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올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대거 하향 조정했다.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국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자유무역 질서와 빠른 경제발전의 수혜를 입어 온 아시아권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골드만삭스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는 4개국(한국ㆍ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2019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에서 1.9%로 낮췄고, 2020년은 2.3%에서 2.2%로 낮췄다. 또 경기 둔화의 여파로 한국은행이 지난 7월에 이어 올해 10월쯤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는 홍콩의 경우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1.5%에서 0.2%로 급전직하했다. 골드만삭스는 홍콩이 취약한 국제경제 성장세와 무역 환경에 더해 시위 여파로 내수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올해 3분기에 전년 대비 0.5%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1%에서 0.4%로 크게 하향 조정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연율로 3.3%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대만의 경우 기존 성장률 전망치 2.4%에서 2.3%로 0.1%포인트 하향 조정되는 데 그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을 줄이는 대신 대만 수입을 늘렸기 때문에 무역분쟁의 영향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들 4개국은 자국 내 개혁과 더불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도성장, 국제화의 이점을 누리며 선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지금은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국제 경기 둔화 현상에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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