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기 회의에 피로감 호소…“구호만 난무, 교통정리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일본 수출규제 조치 대응을 위한 네 번째 당내 기구를 본격 가동했다. ‘한일경제전예산입법지원단(지원단)’으로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원내대표단의 입법 논의 기구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내 비슷한 기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자칫 대일 정책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책 조정ㆍ지원보다 ‘극일(克日)ㆍ반일(反日)’ 메시지만 강조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원단은 이날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원단 이름은 애초 ‘민생입법지원단’이었지만, 일본 경제 보복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한일경제전예산입법지원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한일 경제전에 맞서 정부의 산업 역량 강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구ㆍ개발(R&D) 집중 투자 등 실질적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역대급 예산 확충에 힘쓰겠다. 2020년 본예산에 2조원 이상 증액 편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단장인 윤후덕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원내대표가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진척시키기 위해 대기업ㆍ중견기업ㆍ중소기업 간 협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기구의 ‘겹치기 회의’가 이어지면서 피로감이 쌓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당내에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대책특위)’와 소재부품인력발전특위(발전특위)가 설치됐고, 정부ㆍ청와대까지 포함된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도 있다. 앞서 여야와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정협의회’까지 치면 이번 지원단 포함해 관련 회의체만 5개다. 정부 부처 입장에선 같은 내용을 수차례 반복 보고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지난 13일에는 당정협의가 30분 간격으로 두 번이나 열리기도 했다.
회의체가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보니 지원책 결정도 더디다. 지원단은 이날 논의한 내용을 오는 19일 발전특위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발전특위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각 기구에서 메시지를 중구난방으로 쏟아내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최재성 대책특위 위원장은 지난 14일 “국산 반도체 D램의 일본 수출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전날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당이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대책특위 한 위원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로 이를 실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정영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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