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페미니즘 이용한 변론… 현 남편 가정폭력 혐의 고소 
 전남편의 성적 학대 상황 더해 ‘우발적 살인’ 정당화 논리로 
 고유정 잦은 분노 표출 등에 법정 설득하기 쉽지 않을 듯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고유정씨가 12일 오전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9.6.12 연합뉴스.

첫 재판에서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로 인한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던 고유정이 기소된 뒤 현재 남편을 가정폭력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유정 측은 현재 남편의 가정폭력 등으로 피고인이 심신 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범행 동기로 앞세운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은 일종의 인질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심리학 이론 또한 변론 전략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을 변론하는 A변호사는 12일 재판에서 “과거부터 전 남편의 성적 학대가 있어 왔고 사건 당일에도 성폭행을 피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계획적 범행을 부인했다. A변호사는 “만약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면 수면제를 먹여 바다에 빠뜨린다거나 하는 훨씬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극히 위험하고 무서운 방법을 썼겠느냐”는 항변도 했다. A변호사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자신이 임신한 상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임신부가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취지였다.

고유정 측은 이후 변론에서도 주변 남성들의 폭력에 끊임없이 노출돼 왔던 상황을 우발적 범행의 동기로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전 남편의 과도한 성욕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현재 남편으로부터도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일종의 심신 미약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혼 5개월 만인 2017년 11월 현 남편과 재혼한 이후 줄곧 폭력에 시달렸다는 게 고유정의 주장이다. 6월말 기소된 고유정은 지난달 7월 22일 현재 남편을 상해 및 폭행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변호인 측은 “상시적인 폭력에 노출되면서 심리적 불안 상태에 빠진 피고인이 전 남편의 성관계 요구를 압박으로 느껴 우발적으로 살인한 뒤 시신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이와 함께 고유정의 심리상태가 미국 심리학자 드 그레이엄 교수이 제시한 ‘사회적 스톡홀름 신드롬’과 유사하다는 방식으로 변론을 전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엄 교수는 ‘여자는 인질이다’라는 책에서 ‘가부장적 남성의 인질로 잡힌 여성은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동조하게 되고 정도가 심해지면 옳은 일과 나쁜 일을 판단할 수 없으며 폭력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고유정 또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 대한 일종의 인질 상태가 된다’는 이론처럼 일종의 인질 상태에 빠져 있었고 현 남편에게 책잡힐 것을 두려워하는 일종의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유정 측 주장이 재판에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입증이 선행돼야 하지만 수사를 맡은 충북지방경찰청은 증거 확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편 측은 도리어 “칼을 찾으며 자살을 하겠다고 소리 지르는 등 부부생활 내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것은 오히려 고씨”라며 “가정폭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전 남편의 과도한 성욕에 의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에도 피해자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2일 재판에서 유족 측 변호인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피고인 측이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 진술을 했다”면서 “고인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주장은 인간적으로 할 도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신미약 상태라 하더라도 사체훼손과 은닉은 엄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 형사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범행증거를 없애는 행위는 본능적인 행위라고 보고 죄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사체손괴는 인륜을 배반한 범죄라서 이런 원칙에서 배제된다. 성폭력 및 가정폭력 사건을 주로 맡아 온 서초동의 여성 변호사는 “보통의 가정폭력 피해자들과 달리 고유정은 평소 분노를 자주 표출한 것으로 안다”면서 “피해여성임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큰 논리 비약”이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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