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 심사국) 제외와 같은 무역 문제로 (대처)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 정경 분리 원칙에도 맞지 않다.”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방한한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회(全勞聯ㆍ젠로렌)의 오다가와 요시카즈(小田川義和) 의장이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잘못된 방향으로 역사를 이용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동계를 포함한 일본 내 시민단체들도 함께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젠로렌은 1989년 11월 창립된 전국단위노조로 현재 21개 산업별 연맹에 110만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민주노총의 초청으로 방한한 오다가와 의장은 15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아베 정권이 일본 내 우파세력의 지지와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헌법마저 수정하려고 하는 데 이를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려는 일본 정부의 조치 역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대로가면 한일 양국 경제가 모두 어려워지고 기업들이 구조조정 등 ‘경영 합리화’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령 시행을 막기 위한 집단행동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젠로렌을 포함해 총단결행동실현위원회라는 시민단체가 주최가 돼 해당 시행령의 시행일 전날인 이달 27일 아베 총리의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예상 참여인원은 2,000~3,000명 수준이다. 오다가와 의장은 “한일 정부간 상황이 힘들수록 양국 노조가 상호신뢰를 강화하고 연대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반’일본’이 아닌 반’아베’ 행동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노동계가 자국 정부를 비판하고 한국 노동계와 연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ㆍ連合)의 고즈 리키오(新津里季生) 회장이 양국의 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고, 이달 6일에는 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全勞協ㆍ전노협)가 한국 노동자와 연대해 ‘아베 퇴진’ 투쟁을 하겠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 같은 연대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이번 오다가와 의장과 간담회 등을 시작으로 양국의 시민사회 연대도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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