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소설(SF)을 문학으로, 과학으로, 때로 사회로 읽고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식큐레이터(YG와 JYP의 책걸상 팟캐스트 진행자) 강양구씨가 <한국일보>에 격주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14>존 윈덤 ‘초키’ 
게티이미지뱅크

“외계인이 있을까요?” 강의 질의응답 시간에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인간만 홀로 있기에는 우주가 아주 아주 큽니다. 분명히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 생명체가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꼬리를 물고서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그럼, UFO(미확인 비행 물체)는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일까요?”

그때마다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고 나서 이런 식으로 덧붙인다. 오랫동안 우리가 친밀함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접촉(Contact)이었다. 음성뿐만 아니라 화상 통화를 할 수 있고, 이메일 메시지 이미지로 온갖 시시콜콜한 일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도 친교의 최대치가 ‘직접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는 일인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으로 떠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러 기어이 비행기를 타고서 가는 일도 같은 맥락이다. ‘유인’ 우주여행의 과학적 가치에 회의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자원을 들여서 달(1969년)에 기어이 발자국을 남기고 지금은 화성을 목표 삼아 질주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이런 욕망은 인간의 것인가, 외계인의 것인가.

존 윈덤의 ‘초키’는 바로 이런 질문에 답한 소설이다. 어느 조용한 오후, 정원을 다듬던 데이비드는 열한 살 아들 매튜를 보고서 깜짝 놀란다. 아이가 혼자서 중얼중얼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대화의 내용도 독특하다. 아이는 일주일은 왜 7일이고, 1년은 왜 365일인지를 놓고서 누군가와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매튜의 변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평범한 열한 살짜리 아이는 갑자기 못하던 수영을 능숙하게 해내고, 배운 적도 없는 수학, 공학 더 나아가 예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다. 갑자기 ‘천재 소년’이 된 열한 살짜리 아이를 세상이 그냥 둘 리가 없다. 도대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미지의 존재는 ‘공상 속 친구’일까.

눈치 빠른 독자라며 짐작했을 테다. 매튜와 대화를 나누고 또 그의 비범한 능력을 끌어낸 친구는 바로 우주 어딘가에 사는 외계 지적 생명체 ‘초키’다. 애초 자기 종족이 살 새로운 보금자리를 탐색할 목적으로 지구에 관심을 가졌던 초키는 이 덜 떨어진 (하지만 우주에서 보기 드문) 지적 생명체(인간)에게 작은 기여를 하고자 한다.

 초키 
 존 윈덤 지음ㆍ정소연 옮김 
 북폴리오 발행ㆍ252쪽ㆍ1만2,000원 

‘초키’는 영국 작가 존 윈덤(1903~1969)이 1968년 발표한 SF다. 윈덤은 걸어 다니는 식물 트리피드가 지배하는 재앙 같은 세상을 그린 ‘트리피드의 날’(1951)로 유명한 작가다. 애초 우주 전쟁을 다루는 가벼운 SF를 쓰던 윈덤은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인류 문명을 성찰하기 시작했다. ‘초키’는 그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소설이다.

무려 반세기가 넘는 시차를 염두에 두더라도 ‘초키’는 전혀 낡지 않았다. “생각이 좁은 지성” “유한한 동력원(화석 연료)을 낭비하는 문명” “더럽고, 시끄럽고, 유독하고, 원시적이고 위험한 자동차” 등을 꼬집은 대목이 그렇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미래 에너지’로 여겼던 핵에너지에 대한 과한 기대는 살짝 웃음도 나온다.

이제 글머리의 질문에 답할 차례다. 초키는 우주선을 타고서 지구를 방문하지 않았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우주선을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우주여행은 비효율적이고 우주의 넓은 크기를 염두에 두면 목적 달성도 어렵다. 그러니 진짜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우스꽝스러운 UFO 같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할 리 없다.

어쩌면 이런 식일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혹시 덜 떨어진 후배 지적 생명체를 걱정한 외계인의 속삭임이 있었던 건 아닐까.

SF 초심자 권유 지수 : ★★★★★. (별 다섯 개 만점)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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