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 버렸습니다”라고 하며 차별 표현을 사용해서 장애인 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 ‘벙어리, 장님, 귀머거리’ 등의 표현은 써서는 안 되는 말로 인식되고, 교과서나 법률 용어에서 배제되었음에도 아직 무의식적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제의 발언도 장애인을 공격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 없이 쓴 것이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인권 감수성의 부족을 드러낸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한국어에는 장애인 차별 표현이 많을뿐더러 ‘꿀 먹은 벙어리’, ‘장님 코끼리 만지기’,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같은 속담 등 관용 표현에 쉽게 섞여서 쓰인다. 젊은이들이 ‘병신미 넘치네’, ‘셀카 고자’라고 말할 때도 ‘병신’, ‘고자’와 같은 비하 표현이 쓰인다. 화자들이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해 ‘벙어리’, ‘병신’을 의도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 비의도적 차별 언어 사용인데, 차별 표현을 ‘본래의 지시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비유적으로 쓰거나 재미 등을 위해 차별이나 공격 의도를 갖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나 차별 의도 없이 장애인 차별 표현을 썼더라도 표현의 당사자들은 마음의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장애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그들을 괴롭히는 차별 언어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화자들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문제는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표현이 왜 차별적인지를 분명히 알고, 차별 언어 사용의 문제점을 인식한 바탕에서 차별 언어를 쓰지 않아야 하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조화로운 한국어 언어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해서 차별 언어 사용을 막기 위한 언어 교육 및 언어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