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 공급 요충지, 영국이 UAE 돌려줬지만 이란이 무력으로 빼앗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이어가는 툰브섬. 그래픽=송정근 기자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는 물론, 한국군 파병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호르무즈 해협에도 영토 분쟁 중인 섬이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는 골목에 위치한 툰브섬(대툰브섬ㆍ소툰브섬)이 그 주인공이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이 섬을 둘러싸고 수십 년째 영유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툰브섬은 그 아래에 위치한 아부무사섬과 함께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는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2, 천연가스의 3분의 1이 각각 매장돼 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그런데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대형 선박이나 유조선은 이 섬들 사이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원유 공급 통제를 가능케 하는 길목에 있다는 얘기다. 이란과 UAE가 툰브섬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툰브섬은 한때 영국의 영토였다. 1650년대부터 아라비아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한 영국은 1920년대 들어 툰브섬도 관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68년 걸프해역에서 철수하겠다며 지난 두 세기 동안 이 섬을 통치하던 샤르자 부족에 영유권을 반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1971년 영국이 걸프해역을 떠나면서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랍의 부족 국가들은 독립을 선언하고 토후국 연맹을 결성했다. 샤르자 부족을 포함한 7개 토후국은 지금의 UAE를 이루게 됐다. 때문에 툰브섬의 영유권은 당연히 자신들에게 있다는 게 UAE의 주장이다.

하지만 1971년 11월 29일 영국 군대가 툰브섬에서 철수하자마자, 다음 날 새벽에 이란이 툰브섬을 무력으로 정복했다. 이란은 대규모의 군 병력을 동원해 섬을 장악했고, 그 이후 자국의 영유권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1992년 “섬을 방문하려면 이란 비자를 발급받으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4년 후엔 대툰브섬에 발전소를 설립했고, 2012년 들어선 자국의 호르무즈 해협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섬 근처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기까지 했다. 같은 해, 이란의 지도자가 툰브섬을 방문했을 땐 UAE가 크게 반발하며 이란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일도 있었다.

사실 UAE는 이란과의 분쟁에서 평화로운 방법을 추구해 왔다. 이란이 UAE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무력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유의한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수차례 국제사회에 중재와 지원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무시됐다. 198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중재 요청을 하자 기각됐고, 이후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시도했지만 이란이 협상을 거부했다. 이란은 애초에 UAE가 영유권을 가진 적조차 없다면서 UAE와의 분쟁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툰브섬은 지금도 이란의 영토로 표기되고 있고, UAE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외교적 중재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조희연 인턴기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