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경찰ㆍ시민 충돌 부상자 속출… 법원은 ‘공항 시위금지’ 임시명령
첩자 의혹 중국 관영 기자 포박에 중국은 “테러리스트 폭력 행위” 낙인도
홍콩 경찰이 13일 밤 곤봉을 휘두르며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로 홍콩국제공항이 사흘째 파행 운영됐다. 중국은 홍콩에서 10분 거리인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집결한 군용차량 사진을 공개하는 한편, 시위대를 줄곧 테러범으로 몰아가며 무력 투입을 경고하는 맞불작전의 수위를 높였다.

항공편 운항은 14일 오전 6시20분쯤(현지시간) 재개됐다. 공항은 앞서 12일 5,000여명의 시민들이 점거 시위에 나서면서 마비됐다가, 밤 사이 시위대가 해산해 13일 오전6시 재가동에 나섰으나 시민들이 다시 몰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4시30분 또다시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국은 급히 항공편 운항 스케줄을 전면 재조정했지만 언제든 시위대가 공항으로 집결할 수 있어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점거 시위 여파로 이날 실제 항공 운항은 수백 편에 불과했다. 이틀간의 공항 폐쇄와 항공기 운행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7,600만달러(약 922억원)로 추산됐다. 일부 시위대는 이날 온라인을 통해 “우리의 어려움을 이해해달라”며 불편을 겪은 여행객들에게 사과했다.

전날 공항 문을 열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홍콩 당국은 법원까지 끌어들여 시위대를 봉쇄하려 안간힘을 썼다. 홍콩 고등법원은 13일 공항 입국장 층의 양쪽 끝 출입구 두 곳을 제외한 공항 전 지역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임시명령을 내렸다고 사우스차이나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14일 전했다. 원래 공항에서는 허가 없는 집회는 금지돼 있지만 시위대의 기세에 눌려 무용지물이 되자 사법 판단으로 이중 방어막을 친 셈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한밤 중에 비공개로 이뤄져 홍콩 정부의 다급한 처지를 반영했다.

13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다시 공항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과격하게 충돌해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머리 등을 다쳐 피를 흘리는 시위대가 곳곳에 나뒹굴었고 경찰은 불법집회와 경찰관 폭행,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5명을 체포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 소속 기자가 13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이틀째 점거 시위 중인 시위대에 붙잡혀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맞섰다. 현장에 있던 중국 관영 환구시보 기자가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두 손이 묶인 채 감금돼 폭행을 당했다가 풀려나자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중국인의 기개를 보여줬다”고 영웅 만들기에 나서는 한편, “문명사회의 마지노선을 넘었다”며 시위대를 거칠게 비판했다.

반면 시위대 측은 “그간 홍콩 경찰이 시민들 틈에 첩자를 심어놓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하며 “공항에서 경찰이 총을 꺼내 시민들에게 겨눴다”고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중국 언론은 “경찰이 폭도들에게 포위돼 곤봉을 뺏기고 구타를 당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총을 꺼낸 것뿐”이라고 역공을 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 매체들은 시위의 폭력성만 부각해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중국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특히 중국은 공항에서 벌어진 폭력과 감금행위를 명분으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옭아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사무소는 14일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평화ㆍ이성ㆍ비폭력의 가면을 벗은 채 공항 운영을 마비시키고 홍콩의 국제적 명성을 훼손했다”면서 “기자를 불법적으로 붙잡아놓고 야만적으로 구타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한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폭력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가 연일 홍콩 시위를 테러라고 규정한데 이어 ‘시위대=테러범’으로 낙인 찍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불매운동 압박에 시달려온 홍콩 최대의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지난 12일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조종사 1명을 업무정지 한 데 이어 이날 해당 조종사를 포함한 2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홍콩과 마주한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체육관에 집결한 중국 군용차량의 모습. 지난 12일 촬영한 ‘막사르 테크놀로지스’사 위성 사진. AP 연합뉴스

홍콩 시위를 테러로 규정한 만큼, 중국은 이를 제거하기 위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줄기차게 내비치며 개입의 명분을 쌓는데 주력했다. 14일 북경청년보는 중국 동부전구 육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계정에 ‘기자가 구타당한 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7가지 상식’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과 마주한 선전만 부근 춘젠제육관에 군청색의 군용트럭이 잔뜩 주차돼 있는 사진을 싣고는 “10분이면 홍콩에 닿을 수 있다”면서 “홍콩 공항까지 불과 56㎞ 떨어져 있다”고 위협했다. 아울러 ‘홍콩 특구에 통제할 수 없는 동란이 일어날 경우 중국 중앙 정부가 비상을 선포할 수 있다’는 홍콩 특구 기본법을 인용했다. 테러로 변질된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는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12일 중국 공청단은 시위대를 겨냥한 무장경찰의 이동장면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당시 동영상에는 장갑차와 트럭 등 무장경찰을 태운 200여대의 장비가 선전으로 집결하는 모습이 담겼다. 중국 인민경찰법은 ‘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경찰에 이어 군부대의 동향까지 의도적으로 대중에게 노출하며 홍콩 시위대를 향한 위협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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