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20-1번지 일대 쌍굴터널 모습. 일제 강제 동원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양시 제공

좁고 어두운 터널 안에서 곡괭이를 손에 쥐고 쉴새 없이 돌덩이를 파냈다. 어느 날 공사장에선 터널을 뚫기 위해 다이너마이트 폭발음이 들렸는데, 한참 뒤 조선인으로 보이는 시신이 밖으로 옮겨졌다. 발파 사고로 보였지만, 현장 접근은 차단됐다. 터널 공사장에서 노무자의 생활을 강요 받은 나의 삶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일제 강제 동원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기 고양시 덕은동 쌍굴터널을 둘러싼 증언들이다.

경기 고양시가 ‘쌍굴터널’ 등 일제의 만행 현장을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14일 시에 따르면 올해 3.1독립만세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역 내 일제 강점기의 유적을 조사ㆍ정비 중이다. 아픈 역사지만 당시의 흔적들을 보존, 후세에 알리기 위해서다.

시는 먼저 올해 11월 쌍굴터널 앞에 이정표와 안내문을 설치키로 했다. 고양시 덕은동 20-1번지에 있는 쌍굴터널은 터널이 약 10m 간격으로 나란히 뚫려있어 쌍굴터널로 불린다. 총 길이는 1㎞에 달한다.

일제 강정기인 1940~45년 사이 건설됐고, 현재까지 레일과 침목뿐 아니라 곳곳에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들 터널은 일제 전범기업인 하자마구미(間組)가 수많은 조선인을 강제동원 해 산을 뚫어 건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시 화전동 공동묘지(화전동 663-9번지)에 일제 전범기업이 세운 묘비석. 이재준(오른쪽) 고양시장이 지난 2월 묘비석을 둘러보고 있다. 고양시 제공

터널에서 1.2km 떨어진 고양시 화전동 공동묘지(화전동 663-9번지)에는 일제 전범기업이 세운 묘비석이 서 있다. 일제 시대 조선 땅에서 철도와 다리를 놓으며 부를 축적한 하자마구미가 공사장에서 발견된 무연고자의 유해를 강제 이장한 뒤 세워 놓은 곳이다. 화강석 재질의 비석 앞면에는 ‘경성조차장 제 3공구 내 무연고 합장지묘(京城操車場弟三工區內無緣合葬之墓)’라 적혀있다.

시는 이곳에 안내물 설치와 함께 10월 중에는 쌍굴터널과 묘비석과 관련한 스토리를 담은 동영상을 제작, 고양시 사이버 박물관에 올릴 계획이다.

시는 화전동 묘비석과 쌍굴터널이 일제강점기 ‘경의선 철도라인’ 관련 유적으로 보고 있다. 두곳은 일제가 대륙진출의 야망을 뒷받침했던 기반시설인 경의선 철도가 지나는 곳으로 화전역을 통해 대량의 군수물자와 인력이 드나들었다.

시는 이와 함께 일제 강점기 일본군 군사기지(육군창고)로 사용됐던 곳으로 추정되는 화전동 망월산 북쪽 육군 30사단 사령부 내 탄약고도 교육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는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 개발로 이곳이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향토문화재, 근대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 설 것”이라며 “쌍굴터널은 일제 강압과 만행의 상징으로서 그 역사적 가치가 큰 만큼 일대 정비와 관리를 통해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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