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색다르게 기념하는 2030세대
[저작권 한국일보] 13일 오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옷 가게를 찾은 한 시민이 '광복절 캠페인 티셔츠'를 살펴보고 있다. 최은서 기자

“광복절 어떻게 기념하냐고요? 입으면 되죠!”

광복절을 앞둔 14일 2030세대의 광복절 기념 방식이 달라졌다. 엄숙한 행사장이나 열띤 집회에 참석하거나 집에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방식을 넘어 일상 속에서 기념하는 분위기다. 한일경제전쟁, 반일본 불매운동 등이 들끓어 올랐지만, 그 분노를 터뜨리기 보다는 은근히 드러낸다. 광복을 일깨우는 티셔츠를 입고, 태극이 그려진 문구류를 사들인다.

가장 대표적인 게 패션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허정영(37)씨는 직접 만든 티셔츠로 올해 광복절을 기념키로 했다. 허씨는 티셔츠 앞에 ‘1945’ 숫자와 함께 ‘National Liberation Day’이라는 영문을 새겨 넣은 검은 티셔츠를 직접 디자인했다. 꼭 광복절 당일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늘 입고 다니면서 광복절을 기념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허씨는 “이 티셔츠를 커플 티로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이수정(28)씨도 최근 광복절 티셔츠를 샀다. 앞면에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 ‘서시’가 영문으로 번역되어 인쇄됐다. 뒷면엔 흑백으로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2만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다 애국, 민족 같은 관념을 직접적으로 들이밀기보다 윤 시인의 서정적 싯구를 써서 감각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씨는 “사과도 하지 않고 경제보복을 하는 일본이 얄미운 거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걸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라 아무런 부담 없이 티셔츠를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더 구입하려 했지만 티셔츠는 이미 매진됐다. 이 티셔츠를 제작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4일 출시했는데 한 달도 안돼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에 위치한 교보문고 영등포점을 찾은 두 사람이 볼펜회사가 출시한 '광복절 에디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은서 기자

전문가들은 이런 방법이 2030 세대들 사이에 정착된 일종의 ‘투쟁방식’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집회에 참석하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 직접적인 언행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지 않더라도, 관련 아이템을 사고 이용함으로써 투쟁에 동참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며 “특히 지난 정권 세월호 사태나 촛불집회를 겪은 세대들에겐 이런 경향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친숙한 요즘 젊은이들의 ‘굿즈(기념품)’ 문화도 일조했다. 반일 집회에 참여했던 민은정(30)씨는 반일 티셔츠를 구하지 못하자 태극기 열쇠고리라도 사서 들고 다닌다. 민씨는 “굿즈를 쓰면서 ‘내가 지금 여기서 집회에 여전히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적인 가치관 실현 차원에서의 아이템 구매는 광복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광복절 아이템이 유독 주목 받는 이유는 반일 이슈와 맞물린 사회적 분위기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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