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대구 시지지점, 고산농협 인근 대로변으로… “지역농협 생존권 위협” 철회 촉구
고산농협 임직원과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농협은행 시지지점 앞에서 농협은행 이전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제1금융권인 NH농협은행이 임대차계약 만료 등으로 영업점을 옮기려 하자 인근 지역농협(단위농협)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농협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철회를 요구하지만 농협은행은 다른 장소를 찾을 수 없다며 이전을 강행키로 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농협은행 시지지점 앞. 모자에 붉은 띠를 두른 10여명이 “농민조합원 무시하는 농협은행 물러가라” 등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항의시위를 했다. 시지지점 이전에 반발한 고산농협 임직원과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대다수 고객이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의 차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거대금융기관인 농협은행이 고산농협 코앞으로 이전하는 것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전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대구 농협은행 시지지점 이전지 / 김문중 기자/2019-08-14(한국일보)

발단은 농협은행 대구지역본부가 시지지점을 현 위치에서 왕복 10차로의 달구벌대로를 건너편, 직선거리로 약 300m거리의 건물로 이전하겠다고 고산농협 측에 통보하면서부터다. 이전 예정 건물에는 한 시중은행이 있었으나 영업점통폐합으로 인해 지금은 비어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고산농협 측이 발끈했다. 농협은행 대구지역본부는 물론 서울 본부까지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지난 5일부터 주말을 제외한 매일 시지지점앞에서 1~2시간씩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임영태 고산농협상무는 “시지지점이 이전하려고 하는 곳은 고산농협 매호, 신매, 사월 3개 지점 가운데이고, 350m가량 북쪽에 있는 매호지점 입구”라며 “영세한 지역농협 코앞에 공룡 농협이 길목을 막고 대로변을 차지하면 52명의 임직원과 1,300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은 다 죽으란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또 “우리 농협이 대도시에 있지만 실상 전체 조합원의 80% 이상이 포도 등을 재배하는 전업농”이라며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이 어떻게 지역 영세농협을 위협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대구지역본부는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영업점 임대차계약이 10년이 다 된데다, 건물주 측이 재건축을 이유로 지난해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밝혀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임대기간 10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요구할 경우 비워 주어야 한다. 고산농협과 영업권역 충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찾은 곳이 이전키로 한 건물이라는 설명이다.

이성진 농협은행 대구지역본부 경영지원단장은 “지난해 건물주로부터 임대차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먼저 큰 길을 건너지 않아도 되는 건물을 검토했지만 고산농협에 영향이 클 것 같아 배제했다”며 “동쪽 경산 방향도 물색했지만 그곳에는 다른 농협이 있어 ‘200m이내 이전 금지’ 규정 때문에 무산됐다”고 말했다. 또 “이전 예정 건물이 우려하는 것처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근 다른 한 지점은 영업환경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다”며 “농협은행이 고산농협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등 양측이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산농협 측은 “외부에선 마치 밥그릇싸움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상황”이라며 농협은행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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