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로 가족 여행을 왔다가 실종된 영국 10대 소녀가 13일 끝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지난 4일 자취를 감춰 수색이 개시된 지 9일 만이다. 피해자의 상태와 실종 상황 등이 닮아 ‘영국판 조은누리 사건’이라 소개(본보 6일자 14면)하며 무사귀환을 기대했으나, 기적처럼 생환한 한국의 조은누리(14)양과 달리 살아서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했다.
로이터통신과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이날 노라 쿠와린(15)이라는 이름의 아일랜드 출신 영국 소녀가 실종된 리조트로부터 약 2.5㎞ 떨어진 개울에서 옷을 입지 않은 백인 여성 시신을 찾았다고 밝혔다. 시신을 확인한 노라의 부모는 자신의 딸이 맞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발견된 시신이 나체 상태임을 들어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노라는 지난 3일 부모, 두 명의 형제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2주간 여행을 왔다가 이튿날 오전 숙소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들이 머물던 두순(마을이라는 뜻) 리조트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63㎞ 정도 떨어진 열대우림 가장자리의 휴양지 세렘반에 있다. 실종 이후 노라의 이모는 “노라는 지적 능력이 약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에 자발적 가출은 아닐 것이고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그간 300여명을 동원, 밀림을 뒤지고 헬기와 드론, 열탐지기, 탐지견을 총동원해 수색 작전을 펴 왔다. 영국과 아일랜드, 프랑스 경찰 등이 현지에 파견됐고, 심지어 주술사까지 실종 소녀 찾기에 참여했다. 노라의 가족은 아일랜드 사업체가 기부했다면서 5만링깃(약 1,5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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