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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밀레니얼 세대’가 시위 장기화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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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밀레니얼 세대’가 시위 장기화 동력”

입력
2019.08.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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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정치적 자유 이상의 변화 요구

“중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 답변 9% 그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12일 홍콩 국제공항 출국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령한 채 연좌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12일 홍콩 국제공항 출국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령한 채 연좌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본국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시위가 장기화하고 있는 저변에는 결국 홍콩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7년 홍콩의 주권 반환 이후 태어난 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정치적 자유를 누리지 못한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세대다. 이들의 구호는 따라서 단순한 정치적 자유에 그치지 않고 홍콩 반환 뒤 친중파가 이끌어온 기존 홍콩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이다.

외신들은 송환법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홍콩 당국의 송환법 폐기 결정 이후 오히려 거세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CNBC는 “시위는 여전히 20대가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홍콩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더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밀레니얼 세대의 교육 수준은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높다. 반면 홍콩 소득 격차는 최상위 10% 계층과 최하위 10% 간 44배에 이를 정도로 극심하다. 뉴욕과 런던을 초월하는 부동산 가격 앞에서 좌절한 홍콩 밀레니얼 세대를 ‘송환법 폐기’로 달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는 뜻이다.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희미한 세대도 이들이다. 홍콩대학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으로서 자신이 자랑스러운가’라는 물음에 50대 이상 홍콩 시민 가운데 38%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18~29세 응답자 중 ‘중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답변을 내놓은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새로운 홍콩에 대한 열망이 가장 강한 세대들이 이제는 “중국 공산당에 홍콩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우려가 홍콩 시위 장기화의 근원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홍콩 당국 역시 최근 공항까지 점거하는 등 조직화하고 있는 시위 움직임을 20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콩의 친중 신문 대공보(大公報)는 11일 “젊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돈벌이를 위해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비하하며 “홍콩의 청년들이 속아 과격 시위에 동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온라인 매체들은 최근 한국의 아이돌그룹 GOT7(갓세븐)의 멤버 잭슨이 아르헨티나 공연에서 팬이 건넨 오성홍기를 높이 들고 환호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홍콩 출신 유명 아이돌의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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