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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전에 분양” “무기한 연기를”… 혼돈에 빠진 강남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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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전에 분양” “무기한 연기를”… 혼돈에 빠진 강남 재건축

입력
2019.08.14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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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당 분양가 2200만원대 추락” 둔촌주공 분양 서두르는 분위기… 선분양으로 전환 단지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연합뉴스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연합뉴스

“오늘 긴급이사회를 열 계획이 없습니다. 10월에 분양을 할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말씀드릴 것이 없어요.”

13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사무실. 직원들은 아침부터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에 같은 답을 반복하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 단지는 이미 철거가 시작돼 지금까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고, 당초 후분양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날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자모집 공고(분양 승인)’ 단계로 바꾸기로 하면서 자칫 상한제에 걸릴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확대 방안 발표에 따라, 서울의 재건축ㆍ재개발 정비사업 조합마다 나름의 해법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크게는 관련 시행령 개정안에 발효될 오는 10월 이전까지 분양을 서두르거나, 재건축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아파트 재건축 사업지. 그래픽=신동준 기자
서울 아파트 재건축 사업지. 그래픽=신동준 기자

 ◇철거 중 폭탄 맞은 둔촌주공 

고민에 빠진 대표적인 단지가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둔촌주공이다. 이 단지는 건립 가구 수 1만2,032가구에, 일반분양 물량만 4,787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정비사업이다. 이미 이주를 완료하고 철거를 진행 중인 조합은 내달 조합원 분담금 확정을 위한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를 개최해 착공 전 인허가 행정을 마무리한 뒤, 10월에는 조합원 동호수 추첨, 11월에는 모델하우스 건립과 일반분양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산정을 놓고 대립하면서 후분양을 고려했다가 전날 정부 발표로 새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 HUG에서 책정한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500만∼2,600만원 수준으로, 조합의 희망 분양가 보다 1,000만원 이상 낮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으면 분양가가 2,200만원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일반분양 시점을 10월 중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관련 기준이 바뀐다고 해서 당장 10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실제 적용되는 건 아닌 만큼 여전히 후분양을 주장하는 조합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수정ㆍ집단행동 나서는 조합들 

후분양을 결정했다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에 선분양으로 전환하기로 한 정비사업장도 나타났다.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 단지) 조합은 오는 24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통해 선분양 추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아2차 조합 관계자는 “당초 HUG가 주변 시세보다 3.3㎡ 당 1,500만원 이상 낮은 분양가를 요구해 후분양을 계획했었다”면서 “하지만 후분양을 고집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수익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차라리 선분양을 통해 HUG 규제를 받는 게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후분양을 고려했던 서초구 신반포3차ㆍ경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 등도 다시 선분양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단 행동에 나서는 조합들도 있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분양가상한제 추진 중지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리고 여러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이주율 96%로 본격 철거를 앞둔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은 위헌심판 및 행정소송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구 한남3구역, 동작구 흑석3구역 등 대형 재개발 사업장들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일부 재개발 단지에서는 HUG 기준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는 것이 낫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에서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 세운’ 주상복합아파트는 HUG가 제시한 분양가(3.3㎡당 2,740만원)가 10년 전 입주한 인근 단지 시세를 반영해 낮게 책정된 까닭에 후분양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적정 토지평가액을 고려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는 게 오히려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정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후분양을 고민하던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 둔촌주공 등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다시 선분양으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는 것이 분양가상한제 적용보다 수익성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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